"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무료급식소는 딱 하루만 쉬었습니다."

부산연탄은행이 코로나19 탓에 부산 서구 아미동 무료급식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 지 보름이 돼 간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5일 "라면, 생필품, 쌀 등을 넣은 '행복상자'를 준비했는데 어르신들께 전달할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행복상자는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것으로 애초에 이달 3일 자원봉사자들이 집을 찾아가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자칫 이런 활동조차 코로나19를 확산하게 할 수도 있다는 내부 우려에 따라 보류됐다.

부산연탄은행이 돕는 집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태여서 집 앞에 물품을 그냥 두고 올 여건도 안 된다고 한다.

강 대표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소외계층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부산연탄은행 무료급식소는 물론 지역 내 다른 무료급식소도 줄줄이 문을 닫아 운영을 재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가 운영하는 부산진구 부산대공원무료급식소도 운영을 중단했다.

14개 봉사단체 연합이 운영하는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노숙인 무료급식소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부산시에 따르면 결식이 우려되는 노인은 7천150명이다. 세부내용을 보면 경로식당 4천200명, 식사 배달 2천100명, 밑반찬 배달 850명 등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구·군 경로식당이나 새마을부녀회가 위탁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에서 햇반 등 즉석식품, 빵, 찐 감자 등으로 구성된 대체 급식이 지원되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연탄 지원도 여의치 않다.

부산연탄은행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부산지역 1천가구에 연탄 40만장을 지원한다.올해는 2∼3월 두 달 간 10만장을 지원해야 하는데 1월 말 이후 연탄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다.

코로나19 우려 속에 연탄을 나를 자원봉사자마저 없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배송업체를 통해 낱장으로 연탄을 보내는 형편이다. 부산연탄은행은 코로나19 이후가 더 걱정이다.

강 대표는 "후원으로 돌아가는 연탄은행을 16년간 운영했는데 올해 2월 후원금이 역대 최저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운영하는 분이든 자영업을 하는 분이든 저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후원을 할 텐데 현재 침체상황이 여러 복지 활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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