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고령자 10명 중 8명은 신체활동량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자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신체활동량 늘리기'다.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것도 좋지만, 걷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등 일상적인 신체활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령자는 대체로 신체활동량이 부족하다.

한국영양학회지에 발표한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연구다. 연구진은 6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신체활동량과 좌식행동패턴을 살폈다. 바람직한 신체활동량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1회에 10분 이상, 일주일에 총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 활동 여부였다.

조사 결과, 바람직한 신체활동을 하는 고령자는 22.4%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남성 30.8%, 여성 13%로 여성이 더 움직이지 않는다고 나타났다. 남녀 모두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TV 보기 등 좌식행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연구에서 나타난 고령자 1일 평균 TV 시청시간은 약 3.4시간이었다. 한 번에 긴 시간 앉아 있는 경우도 많았다(30분 이상 좌식행동 지속 횟수 남성 기준 3.1회).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국내 고령자 평균 활동량은 부족한 편"이라며 "아프고, 귀찮다보니 움직일 의지가 없어지고 이로 인해 근육 감소나 각종 만성질환이 심해져 더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작년 발간한 2017 건강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하루 평균 앉아서 보내는 시간(좌식행동 시간)은 8.2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좌식행동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근감소증 같은 만성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말한다. 오래 앉아있으면 비만 위험이 커지고, 혈전(피떡)이 잘 만들어지며, 근육이 단련되지 않거나 줄어들어서다. 근골격계질환, 인지기능장애, 우울증 같은 문제도 야기된다. 관절 부담이 커지고, 근육에서 나오는 뇌 신경 세포 생성을 돕는 물질(아이리신·카셉신B) 분비가 충분히 안 돼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나 자괴감도 원인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12% 높아졌다. 좌식행동을 오래 할수록 스트레스나 우울감, 자살사고가 많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한번에 긴 시간 앉아 있는 것도 문제다.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인식 교수는 "우리 몸은 계속해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한 자세로 오래 있을수록 몸의 부담은 커지는데, 근골격계 노화가 진행된 고령자는 더 그렇다"며 "앉아 있는 자세는 서 있는 자세보다 척추 디스크에 2배 이상 압력을 가하며 압력은 시간당 배로 커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장 앉아 있는 시간을 대폭 줄이기 힘들다면 중간중간 일어나기만 해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엉덩이가 무거울수록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좌식행동 악순환을 끊고, 신체활동량을 늘리려면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는 게 좋다. 그러나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원장원 교수는 "평생 운동하지 않던 고령자가 갑자기 헬스장에 가거나 운동을 배워 매일 30분 이상 하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15분만 걸어도 좌식행동으로 생기는 근감소증이나 노쇠를 감소시킬 수 있으니 잠깐 동안이라도 걷거나 생활 속 활동량을 늘리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고령자가 쉽게 생활 속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은 ▲배달음식이나 식당 이용 대신, 직접 장을 봐 요리해 끼니 준비하기 ▲하루에 한 번 밖에서 친구 만나기 ▲지역 주민센터나 문화회관 등에서 열리는 운동·취미 프로그램 적극 이용하기 ▲매일 반신욕 하기 ▲식사 후 햇볕을 받으며 15분 이상 산책하기 ▲배우자와 성생활하기 ▲국민체조처럼 쉬운 운동 매일 하기 ▲TV 볼 때는 30분에 한 번 일어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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