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종합병원’이다 보니 A씨는 병원에 안 갈 수 없다. 영남대병원 월 2회, 계명대동산병원 1회, 동네 신경과의원 1회, 치과·내과 의원 등등. 다행히 지난해 4월 장기요양보험 4등급을 받아서 요양보호사가 집에 온다. 그의 부축을 받아서 집 앞까지 나와 택시를 탄다. 허리에 띠를 하거나 등받이를 대고 택시를 탄다. 진료를 마치고 집에 올 때까지 요양보호사가 동행한다. 택시비(8000원~1만5000원)도 부담스럽다.

B씨 역시 “병원 오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누군가 지원해주면 좋겠지요. 병원 오가는 거 말고 바깥에 절대 못 나갑니다. 방안에 들어앉아 있어요.”

이와 같이 급속한 고령화 탓에 혼자 일생생활을 못 하거나 거동이 불가능한 고령층이 급증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의 가정방문 케어를 받는 환자가 2013년 21만6358명에서 지난해 38만9266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포함해 67만 명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 서비스 등급(1~4등급)을 받았는데, 18만8400명이 이동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은 거의 갇혀있다시피 하다. 서울만 6만7764명이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장기요양 환자 1022명에게 ‘신설해야 할 절실한 서비스가 뭐냐’고 물었더니 영양·식사 지원이 45.8%, 이동 지원이 41.3%였다. 서울 환자는 이동 지원을 1순위로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이동 지원 서비스 시범사업을 도입하려 했다.

재가서비스기관이 스타렉스 같은 차량을 개조해 시행하는 게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환자 상태와 특성을 잘 알고 재가서비스기관이 곳곳에 잘 깔려 있어서다. 장기요양보험에서 요금을 부담하되 환자가 일정액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장벽에 부딪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조항을 내세웠다.

복지부는 “예외조항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국토부는 특정 분야를 풀어주는 것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 복지부 과장은 “장기요양 재가서비스기관이 하면 가장 효율적인데, 국토부가 택시 업계를 의식해 움직이지 않았다. 그거 믿다가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서울시와 협의해 택시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5~12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산하 택시회사가 스타렉스를 개조해 시범서비스를 한다. 중형택시요금에 5000원의 추가요금이 붙는다. 시범사업 때는 환자 부담이 없다.

일본은 이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호보험(우리의 장기요양보험)의 방문 요양보호사가 개호택시를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택시회사나 비영리법인이 ‘복지 택시’를 운영한다. 환자가 선택한다. 게다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휠체어 장애인용 승용차를 판매한다. 운전석이 밖으로 나와서 장애인을 옮기고 휠체어를 지붕에 올리는 승용차, 휠체어를 뒷좌석으로 끌어올리는 승합차 등이 있다.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김현훈 회장은 “가정 환자 중 혼자 사는 사람은 밖에 나갈 방도가 없다. 이동권 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광역시 상록수재단 김후남 이사장은 “가정 환자의 40%가량이 거동을 잘 못 한다. 체구가 큰 환자는 요양보호사가 차에 못 태운다. 휠체어 탑승 설비가 장착된 특수 차량이 있으면 진료나 나들이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형선 보건행정학회 회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가정 환자는 수시로 병원을 오가기 때문에 이동 지원이 중요하다. 택시만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힘들다. 재가서비스기관이 더 적합한 면이 있기 때문에 함께 시범사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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