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나이가 들면서 심신이 쇠약해 지고 있습니다. 올해를 끝으로 새해마다 보내던 연하장을 그만두려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 하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 연하장 새해인사를 올해 유독인기를 끄는 문구는 ‘올해로 연하장 보내는 걸 그만 두겠다’고 알리는 이른바 ‘연하장 청산 선언’이다.

이 청산을 택하는건 대부분 70대 전후의 노인들이다. 지난 수십년간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 우체국에 연하장 100~200통을 부치는 사람들이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이들을 두고 “헤이세이(平成)시대 마지막 연말을 맞아 고령자들 사이에서 연하장 교환 관계를 청산하는 ‘슈카쓰(終活) 연하장’이 유행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슈카쓰’란 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활동, 즉 임종준비 활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간의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정리하는 것은 ‘슈카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갑작스러운 변고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미리 주변 정리를 한다는 것이다.

도쿄의 연하장 작성.배송을 대행하는 알파프린트서비스 측은 “2년 전부터 ‘연하장 보내기를 중단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요청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올해 연하장 주문 전용 홈페이지에 ‘슈카쓰 연하장’을 위한 별도의 디자인과 예문을 마련했다. 그러자 ‘연하장을 중단 하겠다’는 문구를 포함한 연하장 주문이 작년에 비해 5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세계 제일 노인대국 일본은 올해 70대 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7%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전체 28.1%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스스로 할 수 있을때 주변을 정리하는 ‘슈카쓰’도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연하장 청산 외에도 건강할때 자신의 장례절차, 연명치료여부, 재산 상속 문제 등을 정리해 두려는게 대표적이다.

지난 22일 도쿄신문에는 ‘은행계좌와 비밀번호, 가입해둔 보험, 신용카드정보,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을 노트에 적어두고 자식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자식들은 싫어하지만 재산분할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등 60세 이상 노인들의 ‘슈카쓰 사례’ 기고문이 소개 되기도했다. 지난해 말에는 말기암 선고를 받은 한 기업인이 ‘생전 장례식’을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이타마현 하스다시처럼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예 ‘슈카쓰노트’ ‘엔딩노트’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한다. 안에는 연명치료. 호스피스치료. 장기기증. 간호시설 입소여부, 원하는 장례절차, 가족. 친구들에게 남기는 말 등을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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