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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충상담을 지원해 온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이하 종사자센터)는 지난 3월 6일 권익지원센터를 별도 설립해 장기요양요원 권익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2019년 283명에 불과했던 요양 상담 수요가 2020년 844명, 2021년엔 1천 385명으로 대폭 증가한 영향이 컸다.

종사자센터는 장기요양요원 고충종합상담을 주력사업으로 하며 상담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법률, 노무, 심리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통합상담자문단도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장기요양요원 단일 직종 상담으로서 여러 인력들이 상담을 찾았지만, 제도적 한계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려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장기요양현장을 두고 “부당 대우에 노출된 요양보호사를 장기요양기관도 보호할 수 없는 점은 개선해야 할 제도”라고 짚은 노무사사무소 씨앗 조승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부설 권익지원센터 내 통합상담지원단으로 위촉된 노무사사무소 씨앗 조승규 대표. [사진=요양뉴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부설 권익지원센터 내 통합상담지원단으로 위촉된 노무사사무소 씨앗 조승규 대표. [사진=요양뉴스]

조승규 대표는 종사자센터에서 발간한 ‘장기요양요원 노동·성희롱상담사례집 2022-2023’의 주요 집필자이며, 권익지원센터 설립 이전 2020년 홀로 844명의 요양보호사의 권익지원 상담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일부 장기요양요원을 대상으로 법률 권리구제를 무료로 지원했던 그는 최근 휴일수당, 퇴직금, 체불 등 노동조건 관련 어려움이 발생할 때 요양보호사 등을 도울 수 있는 권익지원센터 내 통합상담지원단으로 위촉됐다.

 

장기요양기관이나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고해도 피해는 근로자가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노무사무소 씨앗 사무실에서 조 대표는 “요양보호사가 업무 과정에서 폭력, 부당 대우를 많이 겪는다”고 설명했다. “김장해라”, “대청소 좀 해라”, “아들이나 남편 밥 차려줘라” 등의 요구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업무 지시는 요양시설이나 주야간보호센터 인력에 비해 가정에서 1대1로 진행되는 방문요양급여의 종사자에게 흔한 일로 주목된다.

이어 해당 문제에 대한 권익상담 시 “상황별로 다른데 상담을 신청한 요양보호사에게 ‘이것까지 업무범위가 아니다. 장기요양기관에 보고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답변은 했지만 사실은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고백했다. 장기요양 수급자가 요양급여제공기관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면서, 쉽게 요양보호사를 교체하거나 기관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급자가 요구를 들어줄 새로운 기관을 찾아 떠난다면, 장기요양기관은 한 명의 고객을 잃고 요양보호사는 실업자가 된다는 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허점이다. 악성 수급자 대상 제제가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기관에서도 같은 근로자의 피해가 반복돼 더욱 문제다. 결국 기관은 ‘현상 유지’와 ‘인력 교체’라는 두 갈래 선택지 중에 고민을 하게 되고, 본질적으로 요양보호사에게 최선의 선택은 없다.

무엇보다 소규모일수록 기관 입장에서 새롭게 매칭해 줄 수급자가 부재하다. 무급 휴직 상태로 요양보호사와의 고용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법적으로 효력은 없지만 관행상 ‘수급자와 계약 종료 시 자동으로 기관과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있다. 혹은 ‘자발적 퇴사’ 처리를 하게 한다. 이 경우 실업급여도 못 받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관련해 그는 장기요양보험법 개정 요구안에서 논의되는 장기요양요원 보호 방안으로서 ▲가해 조치 처벌 근거 규정 신설 ▲악성 수급자 요양급여 2인 1조 의무화 2개의 안을 언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악성 수급자가 지속해서 가해를 한다는 사실을 알려도, 공단에서 손을 못 쓴다. 수급자를 제재할 권한이나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나 공단이 관리 감독할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온다. 이런 제재가 과도하다면 적어도 가해를 여러 번 한 경우에 한해서라도 요양보호사 2인 1조 배치를 법제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의견에 저도 공감한다.”

 

최저임금에 시급 올려주는 척하고 퇴직금도 총 근무 월로 인정 안 해

또한 방문요양 시급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부풀려 기재하는 현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채용공고에 올라오는 급여 조건은 1만 2000원부터 1만 4000원까지 다양하다. 그는 “요양기관에서 법적으로 당연히 줘야 하는 임금을 합해서 명시한다. 대부분은 최저임금이다. 이제 선생님들이 나중에 알고 배신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2024년 3월 25일 기준. 요양보호사 채용공고 시급 현황. 실 최저임금인 1만 2535원보다 낮은 1만 2400원을 제공하는 요양기관도 있다. [사진=요양보호사 채용공고 누리집]
2024년 3월 25일 기준. 요양보호사 채용공고 시급 현황. 실 최저임금인 1만 2535원보다 낮은 1만 2400원을 제공하는 요양기관도 있다. [사진=요양보호사 채용공고 누리집]

근로기준법상 주 5일 1회당 3시간씩 근무하는 방문요양보호사는 주 15시간 근로하는 단시간근로자로서 통상근로자와 동일하게 1년에 15일의 연차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돌봄의 경우, 연차를 사용할 여건이 안 돼 1년 치 연차를 돈으로 환산해서 시급으로 주는 형태다. 그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는 주휴수당 지급 대상이다. 즉 연차수당,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최저시급은 1만 2535원이다.

조 대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최저임금에 기반한 수가’ 개선으로 꼽았다. 애초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돌봄 인력 수가 설계로 장기요양기관이 장기요양요원에게 시급을 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퇴직금에서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한 달에 60시간 미만으로 근무한 달은 퇴직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방문요양은 수급자의 사정에 따라 정해진 근로일수를 채우지 못한 달도 종종 있다. 이에 법은 미리 정해둔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기관에서는 실제로 근무한 ‘실근로시간’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1년 6개월을 근무했어도, 6개월은 소정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했다면 퇴직금은 1년 치만 지급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일하다 다치시면 실업급여를 먼저 물어보신다. 산재를 잘 모르신다. 단발적 다친 경우는 당연하고, 근골격계 질환도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통합상담지원단으로서 그는 향후에도 노동 상담, 사건 대리를 계속 이어나간다. 이에 “이제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도 지속할 예정이다. 상담으로 경험한 생생한 사례들이 제도 개선에 반영돼야 한다. 올해는 서울시에서 발간 예정인 요양시설 종사자 인권 가이드라인도 집필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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