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돌봄 서비스 인력난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저임금 외국인 돌봄 노동자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요양업계는 ‘보고서 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선행되지 않아 발생한 인력난을 외국인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인종차별적이며, 반인권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민주노총 돌봄노조는 각각 7일 19일 관련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돌봄노조, 한국노총, 참여연대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이자스민 국회의원(녹색정의당)·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돌봄공공성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이 자리를 계기로 “돌봄이 누구나 할 수 있고, 무급 노동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돌봄 사회의 접근방법이 옳지 않아…제도적 검토 잘못돼

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없이 인력수급 문제 해결과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주민들이 저렴한 노동자로 온 게 아니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사람으로 왔다”고 강조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소장. [사진=요양뉴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소장. [사진=요양뉴스]

아울러 발제에 나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소장은 이 보고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2가지 고용 방식 중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은 비공식부문 돌봄인 가사, 간병을 염두에 두고 서술한 내용이며, “고용허가제 활용”은 공식부문 돌봄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사와 간병 서비스는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거나 과세 대상에도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력 역시 추산이 어려워, 고용 효과성도 확실하지 않다.

남 소장은 “개별 법률에 따른 설계된 공식부문 돌봄서비스업은 해당하지 않는 제안(최저임금 차등적용)이며, 현재 비공식부문으로 작동되고 있는 가사, 간병 노동시장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활성화하자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별 가구가 돌봄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현재 근로기준법 상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어 최저임금 적용 및 차별 문제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도 어긋나지 않게 구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이 방식은 기업 이익 보장이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간병의 임금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요양에 돌봄 인력이 쏠리면서, 민간 보험사 등이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 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일련의 정책 권고를 내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노동자가 ‘타 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는 표현을 사용함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돌봄 인력난 해결의 관점과 방향의 재정립의 필요성도 논의됐다. 열악한 일자리 질과 인력수급의 난맥상은 단지 재정 투입을 늘리거나 제도 변경으로 변하지 않으며, 돌봄노동의 재정부담이 어떤 의미로 제공되어야 하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왜 돌봄 인력 부족한지 논의해야

저출생 문제로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돌봄비용이 사회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한국은행은 ‘돌봄비용을 낮추자’는 의견에 힘을 쏟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한국노동연구원 조혁진 연구위원은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 정책 기조는 ‘내국인 노동시장과의 조화’인데 현현재의 인력난이 외국인력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로 합당하지 않으므로, 해당 인력 부족의 원인과 실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난의 이유는 일자리의 질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에 구직자의 일자리 선택 기준은 ▲지속성 ▲사회적 인정 ▲괜찮은 보상으로 꼽힌다. 위의 구별에 따라 돌봄 노동자의 계약 형태, 임금수준, 노동시간, 사회보장 적용 등의 부가급여, 노동과정의 통제권 등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따져 봤을 때 돌봄 노동자는 이 모든 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 조혁진 연구위원. [사진=요양뉴스]
한국노동연구원 조혁진 연구위원. [사진=요양뉴스]

조혁진 연구위원은 “돌봄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노동 시간은 직업적 정체성을 갖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 일반적이며 일부 요양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일제로 근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의 품질 역시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돌봄 노동자의 희생으로 돌봄 서비스 질을 유지하는 구조다. 관련해 조 연구위원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는가에 관계없이 시간급 위주로 구성된 현재의 공적 임금체계를 돌봄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해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돌봄노동자 확대를 선행한 나라인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과 한국은 다르다”고 했다. 앞선 국가들은 공적 돌봄 체계가 존재하지 않고, 돌봄의 부담을 개인의 책임으로 하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매우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도 “선진국으로서 발전된 제도를 역행하는 주장”이라며 “우리의 돌봄을 외주화하지 말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집행위원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인종차별이며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며 “이 정책이 도입되면 돌봄 노동 임금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나주시의회가 “농번기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높다”며 외국인 노동자 임금 제한 및 임금담합 캠페인을 벌였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이 지역을 대거 빠져나가면서 9월 이후 수확기에는 인력이 없어서 타격을 받았고 임금은 더욱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번 방식도 되려 외국인 인력 이탈을 부추긴다고 저안한 것이다.

법무법인 여는 박지아 변호사는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의 원칙을 훼손한다”며 “고용허가제는 돌봄노동자를 저숙련, 단순노동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 분야에 외국인 유입을 허용하는 제도로서 정주화 방지를 위해 취업 기간 3년, 예외적으로 5년을 허용 중이다. 이러한 고용허가제 특성을 고려할 때 돌봄노동의 지속성 필요를 부정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사 돌봄·유니온 최영미 위원장은 “대기시간, 이동시간, 휴게시간 등을 전부 맞출 수 있는 인력육성계획이 나와야 한다. 근본적으로 해당법 적용 범위에 가사사용인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근로기준법 11조를 폐지하고,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본 토론회에 참석키로 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수급 및 체류대책 TF팀 이정석 주무관은 불참했다. 대신 자리에 함께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이재인 서기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전인숙 행정사무관은 “좋은 돌봄을 위해 어떻게 돌봄 인력의 질을 향상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심도 높게 참여할수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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