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사진=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15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정책이 폐지된 지 9년 만에 부활한다. 내년부터 노인복지주택을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민간공급하고, 기존 입주요건인 ‘건강한 노인’을 폐지한다. 정부는 과거 정책 실패의 요인과 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 선보였다. 보험업계의 소망인 ‘임차 요양원’을 요양시설에서 노인복지주택으로 우회해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기로 얼룩졌던 정책 실패 딛고, 땅값 저렴한 인구감소지역에만 재도입

지난 3월 21일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실버타운 공급 확대를 위해 2015년에 폐지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를 다시 도입하고, 민간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관련 제도들을 개선해 실버타운 건설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프링카운티자이 광역조감도 [사진=GS건설]
스프링카운티자이 광역조감도 [사진=GS건설]

실버타운은 개인 소유가 가능한 분양형과 전세나 월세를 내고 사용하는 임대형으로 나뉜다. 서울 시니어스 타워, 더 클래식 500, 삼성 노블카운티와 같이 실버타운의 대표적인 예는 임대형이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에 있는 ‘스프링카운티자이’를 마지막으로 분양형은 더 이상 설립 허가를 받지 못했다.

과거 분양형은 관리부실로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경기 하남시의 노인복지주택 ‘블루밍 더 클래식’ 주택 분양업체는 ‘건강 클리닉, 노래방, 골프연습장’과 같은 편의시설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클리닉에 상주해야 할 의사는 2년 이상 채용되지 않아 입주민은 불편함을 겪었다. 무료로 알려졌던 노래방과 골프연습장도 약 1년 후부터 매달 이용료를 내야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편법으로 젊은 층이 실버타운을 매매해 문제가 됐다. 노인복지주택은 ‘60대 이상 노인’만 입주할 수 있지만, 명의를 빌려 분양한 경우가 흔했다. 이에 대한 처벌 규제도 마련되지 않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금번에 이러한 분양형에서 발생한 불법 분양 등 위법 행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올 하반기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과열된 지역을 제외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분양형을 허용키로 했다.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경기 가평군과 연천군 총 4곳의 수도권 지역도 포함된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예전에 땅값이 올라 노인복지주택을 팔고 싶어도 매매 제한 등으로 잡음이 많았기에 논의 끝에 분양형을 폐지했다"며 "이번 분양형 주택은 인구감소지역에서 하다 보니 예전처럼 땅값의 급격한 상승 등의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차 요양원과 다를 바 없는 실버타운에 ‘장기요양 수급자’ 입소 공식 허용

노인복지주택 입주자격도 완화된다. 현행법상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자’ 요건을 폐지해, 60세 이상의 노인이면 입소할 수 있게 됐다. 정책과 달리 시니어 주거 현장에서 노인복지주택의 ‘건강한 노인’이 입주자격이 유명무실해진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니어스타워 부설 주야간보호센터 내부 [사진=서울시니어스타워 누리집]
서울시니어스타워 부설 주야간보호센터 내부 [사진=서울시니어스타워 누리집]

특히 이번 제도 시행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위탁운영 요건의 변화이다. 노인복지법은 분양 받은 입주민이 건물을 직접 건물을 관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설치자(시행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설치자가 위탁 운영을 맡겨야 한다. 이때 위탁 받는 법인이나 단체는 반드시 현 규정상 ‘노인복지주택 사업 실시 경험자’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선안에 위탁 운영사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규제에 가로 막혀 진출하지 못했던 보험사, 리츠사(부동산투자회사) 등 다양한 기관이 시니어 주거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번 노인복지주택 제도 개편으로 요양사업 진출을 원했던 민간 보험사의 바램을 일부 들어줬다”고 평가한다. 보험사는 건강하지 않은 노인을 대상으로 요양 서비스와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자 요양사업 진출을 희망했다. 하지만 건물과 운영부지를 직접 소유해야 하는 규제로 시니어 사업 진출에 난항을 겪었다. 금번 개편으로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실버타운에 입주하고, 그 기관을 임차 운영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보험사의 오랜 숙원 사업인 요양사업 진출 문이 열렸다.

 

이 밖에도 정부는 노인복지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먼저 실버타운 입주 시에도 실거주 예외 사유로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게 개선한다. 무주택 노인가구를 위한 고령자복지주택 공급도 연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3배 확대하고, 유형 다변화를 통한 도심 공급을 유도한다.

올해부터 중산층 고령가구 대상으로 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동작 감지기나 단차 제거 등 고령자 친화 설계와 더불어 어르신 특화 시설과 의료, 요양을 포함한 노인 돌봄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임대 기간은 20년 이상이며, 운영자격이나 입주대상 등에 대해선 올해 하반기 민간임대특별법 개정을 통해 공개된다.

헬스케어 리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의료복지시설 용지를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하고, 사업자는 리츠를 설립해서 개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아울러 정부는 화성 동탄2지구 내 부지를 국내 최초의 ‘헬스케어 리츠’ 방식으로 공급·개발하고 노인복지주택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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