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고용승계에 대한 민간과 정부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괄적 고용승계에 대한 민간과 정부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실성에 맞게 장기근속장려금 지급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동일 기관의 고용유지는 개·폐업이 잦은 요양시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개선점으로 꼽힌다. 특히 요양업계에서는 포괄적 고용승계의 적용이 모호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장기근속장려금 지급 유무가 센터장의 역할에 달렸다는 측면에서도 제도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취지에도 부합했는데…장기근속장려금 10만 원 못 받게 돼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11조의 4(장기근속 장려금).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11조의 4(장기근속 장려금).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근속장려금이란 기관기호가 동일한 장기요양기관에서 계속 근무한 장기요양요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말한다. 장기근속장려금은 △36개월 이상 60개월 미만이면 월 6만 원 △60개월 이상 84개월 미만이면 8만 원 △84개월 이상이면 월 10만 원으로 근속햇수에 따라 지급된다. 더불어 근무하고 있는 장기요양기관이 중간에 합병 또는 포괄적 양수·양도 등으로 인해 장기요양기관번호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직원에 대한 ‘포괄적 고용승계’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받을 수 있다.

2017년 10월 시행된 장기근속장려금 도입 취지는 그간 종사자의 잦은 입·퇴사로 지속적인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온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어르신이 동일한 서비스 제공인력에게 요양급여를 지원받는 경우에 대해서도, 요양보호사의 장기근속장려금 지급하고 있다. 또한 이듬해인 2018년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수당 최대 10만 원 지급 정책을 폐지하면서, 사실상 장기근속장려금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수당의 역할도 수행한다.

김영미 요양보호사는 14년간 한 어르신을 돌봤지만, 포괄적 고용승계 미인정으로 장기근속 장려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자료=김영미 요양보호사의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가공=요양뉴스]
김영미 요양보호사는 14년간 한 어르신을 돌봤지만, 포괄적 고용승계 미인정으로 장기근속 장려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자료=김영미 요양보호사의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가공=요양뉴스]

이러한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2011년 7월 26일부터 현재까지 14년간 한 어르신을 돌본 60대 김영미(가명) 방문요양보호사는 최근 장기근속장려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09년부터 A 센터에서 7년 근무하던 중 센터장의 사정으로 B 센터에 인수됐다. 2016년 5월 1일부로 B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동일 기관 3년 근속햇수를 채우지 못해 2019년이 되어서야 겨우 장기근속장려금을 수령해 왔다.

그런데 B 센터를 양도받기로 한 C 센터장(B 센터 사무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담당하던 어르신과 함께 C 센터로 이관됐다. 더 황당한 사실은 지난해 6월 28일 전화 한 통 이후, 삼일 후인 7월 1일에 센터가 변경됐다. 센터 측의 일방적인 변경으로 B 센터에서 또다시 7년 2개월가량 근무하며 받았던 장기근속장려금 10만 원을 수령할 수 없게 됐다.

김영미 요양보호사는 “돌보던 어르신을 계속 돌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센터가 바뀌었다고 장기근속장려금 기간을 0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너무 억울하다. 근속과 통합경력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람이나 16년 차나 같은 최저임금인 임금체계를 빨리 시정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왜 포괄적 고용승계 아닌지 알 수 없어 “답답해”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이하 돌봄노조)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 확인 요청을 진행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돌봄노조에 따르면 공단은 회사의 영업 사항과 개인정보의 영역임을 이유로 “몇 명의 요양보호사가 승계되고, 왜 포괄적 고용승계가 아닌지”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다.

돌봄노조 전현욱 사무처장은 “이번 사례는 사람과 사무비품을 그대로 매도하는데, 기존 요양시설의 공간은 이용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자에게 매도되는 경우였다. 이때 양도양수의 개념이 굉장히 모호해지고, 포괄적 고용승계 인정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018년 달라지는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관련 개정내용 Q&A’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2018년 달라지는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관련 개정내용 Q&A’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 달라지는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관련 개정내용 Q&A’에 따르면 종사자의 의지가 아니라 비자발적으로 소속 변경이 진행되면 포괄적 고용승계로 볼 수 있다. 다만 포괄적 고용승계와 관련된 증빙서류의 범위는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공단도 모르고 고용노동부도 확인해 줄 수 없어…모호한 기준

관련해 공단 관계자는 요양뉴스 측에 “포괄적 고용승계에 대한 정의와 범위 및 해석, 인정 여부 등은 고용노동부의 소관”이라며 장기근속장려금제도에 적용 중인 사안에 대해서만 답변했다. 공단은 돌봄노조 측의 주장과 달리 “기관의 휴폐업, 사무실 위치 변동과 관계없이 자발적 퇴사자를 제외한 직원에 대한 포괄적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면 장기근속장려금의 근무기간 연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인수로 인해 종사자의 비자발적인 소속변경이 있어도 1명의 종사자와 그가 돌보던 수급자가 함께 소속기관이 변경된 사실만으로는 실질적 승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포괄적 고용승계 증빙서류 인정범위는 규정된 사항은 없으나, 고용노동부의 안내에 따라 ‘고용승계에 관한 계약서’, ‘고용승계 동의서’, ‘근로계약서’ 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현 제도상 포괄적 고용승계는 고용노동부가 장기요양기관의 양수·양도를 인정하고, 장기요양기관이 그에 맞는 서류를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공단은 이런 서류와 신고 없이 포괄적 고용승계인지 답변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관련 고시에서도 자세한 인원 기준을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장기근속장려금을 폭넓게 인정해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금번 사례와 같은 경우는 법률 해석이 아니라, 법원에 판례에 기인하는 문제이기에 개별적 사안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몇 명의 직원을 고용승계한 것에 대해 포괄적 고용승계 인정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포괄적 고용승계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 부재로 장기요양요원들은 장기근속장려금 수령에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요양보호사의 장기근속장려금 지급이 센터장의 선의에 달려 있다는 부분도 문제다. 예를 들어 센터의 영업정지로 부득이하게 요양보호사가 3개월 이상 근무를 하지 못할 시, 장기근속 장려금을 수령할 수 없다.

또한 기관번호가 변경돼 포괄적 고용승계가 인정돼도 장려금 인정을 위해 새로운 센터가 요양보호사의 이전 기관 근무내역을 월별로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는데, 승계 인력이 많거나 요양보호사의 근속이 길다면 매우 번거로워 기관 입장에서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이 장기근속장려금 지급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제사항이 없다. 반대로 이미 중단된 요양보호사의 장기근속장려금을 구제할 구제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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