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개막 첫날 관람객들. [사진=요양뉴스]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개막 첫날 관람객들. [사진=요양뉴스]

의료기기가 요양시설에 도입되면서 노인 돌봄 방식이 수발에서 자립으로 변화하고 있다. 장기요양 수급자는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간병인은 돌봄 노동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이 같은 융복합 의료산업의 미래를 보여줄 제39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키메스(KIMES 2024)’가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1, 3층 전관에서 열린다. 국내·외 1,350여 개 제조사가 참가한 가운데, 개막 첫날 일부 기업들은 요양시설에 도입된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재활용 보행 의료기기, 병의원은 유료인데 요양시설은 무료로

올해 KIMES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재활 지원용품이다. 전시장 B홀에는 ‘헬스케어 및 재활기관’이 마련된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요양시장에 진출하는 추세가 확연했다. 본래 병의원에서 유료로 활용되는 재활용 보행 의료기기가 요양시설의 프로그램 시간에 활약하게 된 것이다.

현 요양원, 주야간보호시설의 대부분은 일률적으로 종이접기, 색칠놀이, 노래교실 등이 주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들은 정부의 수가 미지원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연천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기요양기관 총량제가 도입 및 논의될 만큼, 기관 경쟁이 심화하자 수급자 유인을 위한 운영자의 니즈와 맞물려 재활용 의료기기가 성장하는 분위기다.

위니즈 정부환 대표가 ‘워크메이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위니즈 정부환 대표가 ‘워크메이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의료기기 전문기업 위니즈가 개발한 레일 보행 재활 장치인 워크메이트는 보행 장애를 가진 환자의 낙상을 예방하고, 그 안에서 보행 및 다양한 놀이를 통해 즐겁게 재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더 이상 병원에서 침대에 누워 물리치료사의 재활 훈련을 받지 않고도 요양시설에서 직접 두 발로 서서 웃으면서 재활 훈련에 집중하게 됐다.

물리치료사 출신의 위니즈 정부환 대표는 재활치료의 패러다임이 물리치료사에게 ‘받는’ 행위에서 환자가 ‘수행하는’ 놀이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러한 재활 훈련으로 어르신이 자립하게 된다면 기저귀 케어를 받지 않고, 내 발로 화장실을 갈 수 있다. 어르신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고, 요양보호사의 업무 강도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네오펙트 관계자가 자사의 스마트 밸런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네오펙트 관계자가 자사의 스마트 밸런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재활원도 이용하는 재활 솔루션 개발사 네오펙트는 하지 재활 훈련기기인 ‘스마트 밸런스(Smart Balance)’로 균형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게 앉기, 걷기 등 균형 감각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16가지 재활 게임을 진행하면서 낙상도 예방한다. 이는 요양 스타트업 케어링이 설립할 재활 특화 실버타운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좋은 돌봄은 노동자 근무 환경에서 나와

또한 어르신 외에도 이들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최저임금, 높은 업무강도, 낮은 사회적 인식 등 요양보호사 직종의 인력 이탈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요양보호사 인력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27년 요양보호사는 약 7만 5,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좋은 돌봄은 돌봄 노동자의 근로 환경에서 나온다는 방침에서 △방문요양보호사에 명찰형 녹음기기 보급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카스피의 스마트케어베드. [사진=요양뉴스]
카스피의 스마트케어베드. [사진=요양뉴스]

덩달아 산업계도 환자의 질병 케어나 이동 등에 활용되면서 간병인의 장기간 간병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척추치료침대의 전문 제조사인 카스피는 ’KIMES’에서 스마트케어베드(매트리스)를 소개했다. 이 스마트케어베드는 중증 환자의 장시간 케어를 위한 자동 자세 변경 시스템을 적용해 간병인의 체위 변경 부담을 덜고, 실질적으로 욕창을 방지한다.

강남캐스터넷 부스에서 만난 전동 계단운반기. [사진=요양뉴스]
강남캐스터넷 부스에서 만난 전동 계단운반기. [사진=요양뉴스]

운반기기 전문 업체인 강남캐스터넷은 오스트리아 사노 운반기기(SANO Transportgeraete GmbH)와 제휴해, 고품질의 전동 계단운반기(powered stair climber)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휠체어가 계단에서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안된 계단운반기는 간병인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힘을 안 들이고 휠체어에 앉은 환자를 이동시키는 게 특징이다.

이날 신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에 대해 정부의 요양급여 지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남캐스터넷 안중모 대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복지용구 급여 품목이 아니라, 제품이 요양시설에 널리 공급되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동침대, 수동휠체어, 욕창예방방석등 18개 품목에 대한 제품만 요양급여로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양 현장에서 간병인을 돕는 제품이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키메스 2024(KIMES 2024)’ 전시 규모는 코엑스 전시장 A, B, C, D, E홀 전관과 로비에서 총 40,700㎡로 개최되며 융복합 의료기기, 병원설비, 의료정보시스템, 헬스케어·재활기기, 의료 관련 용품 등 3만 5천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뿐만 아니라 국제 의료 트렌드 교류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글로벌 헬스케어&의료관광 콘퍼런스(Medical Korea 2024,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가 3월 14일부터 이틀간 코엑스 컨퍼런스룸(남측, 3~4층)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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