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복지인물iN’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에 감사하며 복지와 관련된 인물의 업적, 비하인드 등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매주 찾아오겠습니다. 복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사회복지법인 성지원의 효행노인전문요양원(현 충효의 집) 내부. [사진=사회복지법인 성지원]
사회복지법인 성지원의 효행노인전문요양원(현 충효의 집) 내부. [사진=사회복지법인 성지원]

노인복지시설은 크게 양로원과 요양원 두 갈래로 분류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양로는 “노인을 배려해 돌보는 것”이며 요양은 “건강의 회복의 도모”이다. 건강의 유무에 따라 시설의 역할이 달라진다. 노인복지시설 두 종류 모두 ‘최초’의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복지인물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법인 성지원 고 신남옥 이사장이다.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노인은 아플 수밖에 없는데, 1980년대까지도 ‘양로원’만 생겨난 점을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국내 최초의 요양원을 설립했지만 이런 철학에 크게 공감해 또 한 번 1911년 국내 최초로 노인 전문 요양시설 ‘충효의 집’을 개소했다. 이전에 요양시설의 입소 기준이 ‘결핵 환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결정은 노인복지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제1 호 요양원의 설립과 운영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노인요양시설이 생겨난 이유...우여곡절 끝에 개원

1960년대부터 지속해서 노년부양비의 급격한 증가가 예고됨에도 불구하고 노인 문제는 철저하게 정부의 관심 밖이었다. 노인복지 투자는 경제성장이 최우선이었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등한시 되곤 했다.

사회복지법인 성지원의 연혁에 나타난 충효의 집 시설 허가 과정. [사진=사회복지법인 성지원]
사회복지법인 성지원의 연혁에 나타난 충효의 집 시설 허가 과정. [사진=사회복지법인 성지원]

이러한 가운데 남편이 사망한 이후 신 이사장은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축적한 재산과 시간을 노인복지 실현에 썼다. 노인시설의 근본 가치는 ‘병약한 노인 보호’라는 일념 아래, 그는 홀로 사비를 털어 요양시설 ‘충효의 집’을 짓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 양로원과 노인 요양시설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러나 시설 건립을 빠르게 추진해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그의 생각과 달리 개원은 쉽지 않았다. 신 이사장은 양로 중심의 유당마을과 달리 요양시설인 충효의 집은 새로운 사회복지법인 성지원을 설립해서 짓고자 했다. 하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노인복지시설 설치는 지자체의 허가를 필수로 하는데 법인 성지원 측은 제반 시설 미완비 등의 이유로 관할 시인 수원시로부터 허가를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수원시 고속도로 개통 사업과 관련한 토지 문제로 시설의 개원 일정은 더욱 늦어졌다.

결국 사회복지법인 성지원인이 법인허가서를 제출한 지 9년 만인 1991년 3월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에 충효의 집은 시설 허가를 받아, 같은 해 5월 문을 열었다. 이곳은 5천 평 대지에 연건평 1천6백 평 규모로 89명의 노인이 입소할 수 있었다.

 

제1호 요양원은 전부 비급여, 정부가 운영 제한 규정해

급격한 경제 성장 시기에 한국은 가족 구조의 변화를 맞이했다. 다들 일을 하게 되면서, 집에서 부모를 모실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이런 사회 현상에 전통적인 '효'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여건과 상관없이 부모님을 직접 모셔야만 효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맞벌이 부부나 고부 문제로 갈등을 겪는 가정이라면 한 집안에서 자녀가 부모를 모시지 않고, 노인시설에 모셔도 효도라고 생각했다.

그는 “충효의 집은 공기 맑고 경관이 수려한 백운산 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다. 비좁은 아파트에서 자녀 눈치 보며 외롭게 사는 것보다 백배 나은 환경이라 자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령화와 핵가족화에 대응해 마련된 지금의 노인요양시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충효의 집 시설 금액 및 권장 금액 [사진=논문, 유료노인요양시설의 성립 및 전개에 관한 역사적 사례연구:한국 최초의 유료노인요양시설로서의 '충효의 집'을 중심으로]
충효의 집 시설 금액 및 권장 금액 [사진=논문, 유료노인요양시설의 성립 및 전개에 관한 역사적 사례연구:한국 최초의 유료노인요양시설로서의 '충효의 집'을 중심으로]

그동안 자선적 시설에 의존했던 노인 수용시설은 이 요양원을 기점으로 자부담화되며 달라졌다. 당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 전이기에, 자부담률은 100%이었다.

1991년 설립 당시 책정된 시설 이용료는 1인실 보증금 5천만 원에 월 수납액이 50만 원, 2인실 보증금 4천5백만 원에 월 수납액 45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평균 월 임금이 62만 원임을 감안할 때 해당 시설은 중,상류층 노인들일 수 밖에 없었다. 여러 명이 거주하는 합숙실도 보증금이 3천5백만 원에 달했다.

이 같은 금액에 개원도 전에 수원시는 입소 비용 인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아무리 국내 최초의 유료노인요양시설이라지만 기준 유사 시설과의 입소 비용 차이, 입주자 부담 등을 고려해 입소 비용을 재조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월 수납액을 54만 원선까지 올리는 대신 입소 보증금을 1천3백만 원까지 대폭 낮추는 것이 권고됐다. 당시 노인복지법은 노인요양시설이 ‘무료로’ 또는 ‘저렴한’ 요금일 것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렴한’ 그리고 ‘무료’ 시설의 서비스는 품질이 보장될 수 없다. 비용보다는 ‘삶의 질’을 강조했던 신 이사장의 철학이 깃든 충효의 집은 같은 재단의 ‘효행노인전문요양원’으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료노인전문시설인 실버타운과 요양원은 모두 성지원 신남옥 이사장 손에서 탄생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펼친 그의 사업은 노인복지 분야에 큰 획을 그었다. 주목할 점은 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속 장기요양기관의 기본 운영 방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유료노인요양시설의 종사자도 구성도 현재와 매우 흡사하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와 같은 의료관계자뿐만 아니라 위생원, 운전기사 등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양로와 요양의 이분법적 사고를 하나로 합치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노인들에게 더 질 좋은 삶은 보장하고자 한 것이 신 이사장의 철학이었다.  최근의 실버타운도 그가 추구했던 가치처럼 건강하지 않은 노인들 중심의 프리미엄 서비스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실버타운 한편에 주야간보호와 방문요양시설이 들어서면서, 공공급여와 함께 맞춤형 식단 등 다양한 비급여 서비스를 누리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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