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시범아파트 부지에 요양시설 건립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이 극심하다. [사진=서울시청]
여의도 시범아파트 부지에 요양시설 건립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이 극심하다. [사진=서울시청]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들이 서울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내의 요양시설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시설이 충분한 경기지역으로 장기요양 수급자들이 이동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는 과도한 복지 예산 지출로 한계를 느끼고 장기요양기관 총량제를 도입 및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내 장기요양시설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하지만, 님비현상으로 요양시설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원충족률 경기와 서울 정반대 현상 나타나자 ‘규제 완화’ 검토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의 지역별 공급 편차가 크다. ‘2022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는 요양원과 공동생활 가정을 이용하는 노인 수가 7만 581명인데 반해 정원 수는 8만 1천 568명으로, 정원충족률이 85.5%이다. 반면 서울은 2022년 한 해 동안 이용자 수는 3만 1천 885명인데 정원 수는 1만 6천 25명으로 정원충족률이 197.7%에 달했다.

서울은 경기지역 시설급여 수용인원의 5분의 1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모자르다. 이 같은 문제에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7월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장기요양기관이 부족한 서울에 ‘임차 요양원’ 제도를 검토했다.

현행법상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를 소유한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는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건물·토지에 대한 공공 임차만 가능하다. 이런 임차 규제를 풀어 앞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가 임차인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돌봄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장기요양단체들의 반발에 해당 제도는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또 다른 대안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등 적용 기준을 완화해 주는 대신 부지의 일부분을 지자체에 무상으로 기부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 기부채납 부지에 요양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는 일정 규모 이상 공공 개발에 노인요양시설 계획을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주민들 반발 거센 한국, 일본은 지역개발 계획 논의 충분

노인시설 확충이 필요한 서울시는 시설급여뿐만 아니라 재가급여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는 단 한 곳의 주야간보호센터도 없는 상황이다. 유일무이하게 운영됐던 구립여의도원광데이케어센터도 지난해 10월 31일부로 폐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건축 심의에서 서울시가 내건 조건인 ‘요양시설’ 설립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재건축 과정에서 주야간보호시설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사업성 부족과 향후 집값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주야간보호시설 설치 백지화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노인요양시설을 혐오시설로 바라보며 이를 기피하는 '님비현상’ 때문에 또다시 서울시 내 장기요양기관 확충은 전진이 더딘 상황이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조문기 교수는 “우리 사회에 님비현상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며 “지자체의 장기요양사업에 대한 권한이 관리·감독으로 한정돼 고령화율, 부지 선정 등 시설 설립에 지역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요양시설 설립이 정부의 계획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노인 돌봄에 대해 지자체가 시설 및 재가 서비스의 수용인원을 규제하고 있다. 개호보험에 따라 일본의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와 기초자치단체(시정촌)는 3년마다 지역의 인구, 고령화율, 등급인정률을 감안해 개호보험사업계획서를 세운다. 이를 근거로 시설의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시설 건설 이후 미지정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지자체는 시설계획단계부터 사업자가 미리 지자체와 상담을 통해 지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조문기 교수는 “공청회 등 시설 건립에 대한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장기요양기관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초기부터 지자체별 요양시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많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기부채납 부지를 활용할 때도, 인근 주민들은 어떠한 언질 없이 갑작스레 요양시설 설립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요양시설 부족으로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사업 계획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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