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거지 선택에 고령자 친화 환경 조성 여부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 주거지 선택에 고령자 친화 환경 조성 여부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 가구가 선호하는 노후 거주지로 ‘시설 인프라’보다 이전에 살았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은 의향이 강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내 집에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안전한 주거와 생활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또한 노인들이 본인이 살던 장소에서 더 오래 머무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이하 AIP:Aging In Place) 선호에도 불구하고 ‘실버타운’ 거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KB금융그룹이 세 번째 발간한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노후 거주지 선택 관련 니즈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노후생활 대비 준비 현황이 서술됐다.

 

노후에 내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 은퇴하면 더욱 간절해져

새롭게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진입하는 신 노년층 ‘베이비 부머’의 AIP 선호 현상으로 보건복지부는 노인이 살던 곳에서 편안히 노후를 보내도록 장기요양 재가급여를 활성화하고 있다. 중증(장기요양 1·2등급) 재가 수급자의 이용 한도액을 인상하고, 중증 재가 수급자를 돌보는 가족을 지원하기 위하여 ‘중증 수급자 가족 휴가제’를 도입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층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이 자신이 살던 곳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의 59.6%는 “노후에 내가 살던 곳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 AIP에 관한 정의를 제시하고 의견을 수집한 결과, 66.2%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노후 거주지의 주요 인프라로 은퇴 전 가구는 의료시설을, 은퇴 가구는 AIP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료=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
노후 거주지의 주요 인프라로 은퇴 전 가구는 의료시설을, 은퇴 가구는 AIP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료=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

특히 은퇴 전 가구는 AIP 중요도가 낮았으나, 은퇴 후 가구는 다른 시설 인프라 요건 보다 AIP를 중요시했다. 은퇴 가구는 거주지 인프라의 요건으로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42.6%)’를 1위로 꼽았다. 반면 은퇴를 경험하지 않은 가구는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65.7%)’을 가장 선호했다.

그러나 실제 ‘지역사회 계속 거주’는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다. 80%에 가까운 응답자는 노후생활 걱정거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가장 큰 걱정거리로 ‘배우자·가족 등 간병에 대한 어려움(32.5%)’을 꼽았다. 또한 응답자의 71.3%는 ‘안전한 노후생활을 위해 주택 보수나 개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버타운 선호자도 무려 70%나, 거주지 선택 핵심은 고령자 거주환경과 서비스였다

AIP 선호 트렌드에도 내 집에서 사는 것만을 고집하지 않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었다. 실버타운은 자립 생활이 가능한 고령자가 주거비를 지불하고 입주해 생활 지원을 받는 고령자 전용 주거 시설을 뜻한다. 설문조사에서 실버타운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제시하고 거주 의향을 묻자, 응답자의 60.7%가 ‘거주하겠다’고 대답했다.

실버타운은 고령자가 살기 좋은 거주환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
실버타운은 고령자가 살기 좋은 거주환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

실버타운에 대한 구체적 선호 이유로는 ‘노후에 살기 좋은 환경이라 생각되어서(28.6%)’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제공되는 노후생활 지원 서비스가 충분할 것 같아서(19.9%)’, ‘자녀에게 부양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17.0%)’,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서(15.8%)가 뒤를 이었다. 다시 말해 고령자가 살기 좋은 거주환경과 생활지원 서비스가 선호 현상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내 집에서 노년 보내기를 선호한 응답자들이 ‘집’을 선택한 이유 역시 사실은 비슷한 맥락이다. 사용자 편의성이 높다면 사람들은 노후 거주지가 ‘집’이든 ‘실버타운’이든 크게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은 고령자가 거주하는 환경과 그에 갖춘 기반과 서비스가 적절히 제공되는지 여부다.

 

한편 실버타운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기존 요양센터와 요양병원이 가지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라는 응답이 12.6%에 달했다. 이는 오랫동안 현대판 고려장 제도라 인식된 요양원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 때문이다. 향후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어야, 노후 주거지 선택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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