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 입장식 [사진=요양뉴스]
선배시민 입장식 [사진=요양뉴스]

선배시민은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공동체와 후배시민을 돌보는 노인이다. 공동체 선배로서 노인도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광명시 노인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선배시민 만들기’ 움직임이 불고 있다.

이달 4일 광명시민체육관에서는 제27회 노인의 날(10월 2일)을 기념해 제2회 선배시민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광명시가 주최하고 대한노인회 광명시지회, 소하노인종합복지관, 하안노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선배시민의 활동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였다. 11시부터 4시까지 이어지는 행사에는 기념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축하공연은 물론 45개의 선배시민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우리를 선배시민이라고 초대해 주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왔어요. 평소에 선배시민으로서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흘린 쓰레기를 줍기도 해요. 운동장을 깨끗하게 사용할 의무를 나도 갖고 있으니까요.” (하안노인종합복지관 이용자 70대 김순자 어르신)

“핸드폰으로 기념사진 찍어주는 봉사도 하고, 입장식에 참여하려고 아침 9시부터 왔어요. 지역주민으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리 아프면 못해요. 건강하니까 사람들도 돕죠.” (하안노인종합복지관 이용자 60대 한오분 어르신)

 

지역사회 정책 제안도 우리가 해냈다

현재 전국 304개의 노인복지관에서 1만 1천여 명의 어르신들이 선배시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광명시도 선배시민의 가치 실현을 위한 ‘선배시민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행사의 취지대로 광명시민체육관에는 선배시민들로 붐볐다.

선배시민 정책마켓 부스를 운영하는 선배시민단 2기 [사진=소하노인종합사회복지관]
선배시민 정책마켓 부스를 운영하는 선배시민단 2기 [사진=소하노인종합사회복지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선배시민의 페스티벌은 각 복지관의 선배시민단도 참석했다. 본격 부스 시작에 앞서 기념식에 만난 소하노인종합복지관의 선배시민단 2기는 “후배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선배시민단 2기 강미영(69)씨는 “지난 9월에는 양기대 의원실에 방문하고, 국회의 본회의실을 견학했다”며 “최근에는 광명시 한내천 환경 정비를 건의했다”고 이야기했다.

소하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내천의 정비 및 용도 문제를 광명시에 알리고자 선배시민단은 한내천 탐방을 진행했다. 선배시민들은 나무의자 파손, 원활하지 않은 배수 등 확인하고 주변에 어린이집과 요양원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 ‘광명 시민1번가’에 한내천 인근 재정비하는 정책 제안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한내천 인근은 노인과 아동을 위한 안전시설이 확충됐다.

이날 선배시민단은 페스티벌에서 정책 마켓 부스도 운영했다. 부스 앞은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광명은?’이라는 주제에 대해 투표를 하고자 하는 지역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몇몇 지역주민들은 선배시민들이 활동한 팜플렛을 보고선 은퇴한 노인도 정책 제3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선배시민단 3기에 관심을 보이는 눈치였다.

 

부스에서 만난 선배시민들 갈고닦은 지식 뽐내

이 밖에도 노인들은 행사 관람객만이 아닌 각 부스 운영자로도 참여했다. 축하공연 이후 부스로 몰려든 인파에 선배시민들은 능숙한 말솜씨로 부스를 안내하고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공유했다. ‘손뜨개 작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늘푸른선배시민봉사단은 “실을 감아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넣는 거다”라며 별다른 교보재 없이도 쉽게 시민들에게 뜨개질 방법을 전수했다.

캘리그라피 기술로 재능기부를 하는 부스도 있었다. 부천에서 온 은빛아티스트 봉사단은 지역주민이 원하는 멘트를 담아 캘리그라피 선물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오정노인복지관 허지윤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이 봉사활동에 보람을 느끼면, 더 다양한 역할을 능동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후배시민과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더 적극적인 선배시민이 된다는 것이다.

실버방역사업단 부스에서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는 선배시민들. [사진=요양뉴스]
실버방역사업단 부스에서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는 선배시민들. [사진=요양뉴스]

실제로 선배시민의 역할 수행이 이번이 처음인 노인은 없었다. 광명실버방역사업단 클린ON 부스에서 만난 김전분(74)씨는 “평소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독거노인이 이용하는 경로당을 찾아다니면서 바퀴벌레 등을 잡는 살충 작업과 곰팡이를 없애는 살균 소독을 한다”며 “오늘은 부스로 찾아왔다.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게 돼 매우 좋다. 하루하루 보람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찾아가는 희희낙락 배움터를 운영한 바리스타 선배시민들. [사진=요양뉴스]9
찾아가는 희희낙락 배움터를 운영한 바리스타 선배시민들. [사진=요양뉴스]

소하노인종합복지관 내 카페 바리스타들은 ‘찾아가는 희희낙락 배움터’로 ‘블루베리청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바리스타 박인전(77)씨는 “매년 서너 번은 복지관에서 근처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배움터 수업을 운영했다”며 “재능기부로 10년간 노래 공연을 하기도 했다”며 선배시민으로서 활동을 늘어놓았다.

 

이번 행사는 선배시민들의 열정적인 참여와 지지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돌봄의 대상자에서 공동체를 돌보는 주체가 되는 경험은 노인들의 행복감을 자아냈다. 광명시에서는 노인이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혜와 경륜이 뛰어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선배시민 이론이 대중화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