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양지훈 부연구위원[사진=인천시사회서비스원]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양지훈 부연구위원[사진=인천시사회서비스원]

돌봄 노동자들이 폭언·폭행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부분 그냥 참고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고령사회대응센터는 최근 ‘재가 장기요양요원 감정노동 실태조사’ 연구 중간 보고 결과를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장기요양요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거주지 또는 시설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을 일컫는데, 이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기요양요원 돌봄 노동이... 감정 노동으로 변질

이번 연구는 노인장기요양기관 종사자 720명 대상으로 재가 인력의 인권침해 상황과 감정노동 수행원인 등을 조사했다. 감정노동은 업무 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상 요구하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욕설, 폭언 경험이 있는 비율은 10.1%로 이 중 그냥 참고 견딘다는 비율은 74%에 달했다. 반면 자제요청 및 즉시 경고는 27.4%, 기관 보고 후 서비스 중단은 13.7%에 불과했다. 기관에 알리지 않은 비율은 91.8%나 됐다.

직접적인 폭행 경험도 2.4%로 나왔으나 52.9%가 그냥 참고 견딘다고 답했고, 41.2%는 자제요청 및 즉시 경고를 했다고 체크했다. 이 중 53.3%는 ‘환자라고 이해해서’, 40%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이를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성범죄에 노출된 사례도 있었다. 성폭력은 전체의 1.1%가 경험했는데, 그 중 66.7%는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성범죄도 폭행과 마찬가지로 ‘환자라고 이해해서’ 혹은 ‘변경 요청으로 일자리를 잃을까봐’ 침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도 3.9%가 당했고, 이들도 일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문과 평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알릴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무리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는 답변 역시 13.2%였다. 또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4.8%) 등의 이유로 91.6%가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기관에 보고한 이들 중 60%는 수급자, 보호자와 적극적으로 상담을 했지만 그중 20%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참으라고 한 기관도 20%로 나타났다.

 

감정노동 개선 필요... 돌봄 노동자 인력난도 폭언 탓

하지만 장기요양요원들이 환자로부터 입은 상처는 회복할 길이 없었다. 장기요양요원 중 상담 치료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상담‧치료 장소는 병원이 64.7%, 민간시설 17.6%, 복지시설은 5.9%로 소속 장기요양시설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진료가 다수를 차지했다.

7개 항목에서 감정노동 관련 제도 마련과 필요성을 묻자 ‘상담, 치유프로그램 지원’ 항목이 4점 만점에 3.26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았다. 이어 ‘피해자와 분리 지원’은 3.32점, ‘상담, 신고조사 즉시 조치’는 3.31점으로 나왔다. 특히 ‘감정노동 보호 문구’ 설치는 3.15점으로 필요성은 높았으나 마련 정도는 2.77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같은 돌봄 노동자의 낮은 처우는 장기요양요원 인력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와 필요 인력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1년 대비 2021년 인천 내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요양‧간호 서비스 이용자는 10년 사이 1만 2541명에서 3만 828명으로 1.5배 늘었다.

반면 요양‧간호(조무)사는 같은 기간 2만 5570명에서 3만 3895명으로 32.6%만 늘었다. 즉 3분 2정도는 수요를 따라갈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간호사는 2776명에서 7103명으로 약 2.5배 상승한 반면 재가요양‧간호(조무) 인력은 2만 2761명에서 2만 7226명으로 19.6%만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도 재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를 맡은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양지훈 부연구위원은 감정노동 처우 개선 방안으로 사전, 사후 조치 방법을 제안했다. 사전 조치로는 참여형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 이용 계약 시는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수급자와 그 가족이 인권 보호를 인지하도록 돕는다. 또 누구나 잠재적인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인 만큼 인천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식 개선 사업을 확대한다.

양지훈 부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보호장치를 마련해 재가요양보호사들이 홀로 현장에 나가더라도 누군가가 지켜주고 있다는 인식을 이용자와 그 가족, 요양보호사들에게 심어주는 정책과 인식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며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요양보호사들의 일터는 나아지지 않아 현장에선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요양보호사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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