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A씨(50)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3시간씩 김모(45)씨를 돌본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김씨는 홀로 거동할 수 없다. 함께 생활한지 벌써 9년째로 가족이 없는 김 씨에게 A씨는 가족이상의 존재다. 그러나 내년부터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데다 오는 7월부터는 업무중간에 반드시 휴식시간을 가져야해 결국 일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A씨는 “나도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 때문에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A씨 같은 활동보조인들이 속한 사회복지 서비스업도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제외 됐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는 이들도 최대 주 52시간의 근로시간 제한을 적용받는다. A씨처럼 하루 13시간씩 주 65시간씩 일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둔 근로시간 제한도 문제지만, 오는 7월부터 적용될 휴게시간 보장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말한다. 활동보조인들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4시간마다 최소 30분씩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활동보조업무의 특성상 자신이 돌보던 장애인을 놔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A씨는 “4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려면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는 사람을 방치해 놔야 한단 말이냐”고 했다. 결국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선 추가인력투입이 불가피하다. A씨의 경우 지금은 하루 13시간씩 혼자 김씨를 돌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소 2명이상의 활동보조인이 4시간씩 나눠서 돌봐야하는 것이다. 휴식보장이 필요한, 한번에 4시간 이상 활동보조를 받는 장애인의 비율은 65%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6만3000명인 활동보조인 인력이 최소한 15만명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현재 정부지원으로는 (활동보조인들에게)최저임금 맞춰주기도 어려워 활동보조기관들이 문을 닫는 상황인데 여건 개선 없이 추가인력 확보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추가인력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활동보조인들이 택할 수 있는길은 불법 아니면 편법뿐이다. 즉,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근무시간을 체크하는 단말기상에 쉬지 않고도 쉬었다고 기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마땅한 해결책은 없지만 조만간 시범사업 등을 통해 대안을 모색 할것”이라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청년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보조인이 휴식을 취할 동안 청년을 투입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증장애인들 입장에선 낯선 사람이 바꿔가며 오는 것은 반인권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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