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광장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한마당’에 모인 어르신들 [사진=요양뉴스]
20일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광장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한마당’에 모인 어르신들 [사진=요양뉴스]

”이 양반이 젊은이처럼 온종일 일을 어떻게 해~ 힘들어서 못하지. 저번에 설문조사 참여하고 봉사하고 그랬던 것처럼 그냥 소일거리 찾으러 나온 거야. 집에 가만히 있음 무료해 죽어.” 남편이 근무할 직장을 알아보던 할머니는 마치 취업시장에 뛰어든 20대처럼 직장 소재지와, 근무시간 등 꼼꼼히 구직홍보물을 들여다봤다.

2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2023년 제13회 노인 일자리 채용 한마당’에는 어르신들이 구직활동을 위해 모였다. 이날 행사에는 신세대여행사, 간식여왕, 쓰리에이치크리너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노인 인력 채용 계획을 밝혔다. 어르신들은 배달기사나 급식조리사 같은 근무시간이 긴 직종은 기피하며, 파트타임 근무가 가능한 일을 찾아 나섰다.

행사를 주관한 수원시니어클럽 이종성 관장은 이런 구직 선호 현상에 노인의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8시간 근무는 굉장히 힘이 들 나이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취지에서 60대를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다치면 책임져야 하는 위험부담이 커 채용을 꺼린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냈다.

이후 올해로 13번째 행사에 참가한 수원상공회의소 일자리지원 이미숙 팀장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였다. 이 팀장은 “저희는 많은 협력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 한 군데도 어르신에게 소개할 수 없었다. 어르신은 단순 조립 등 적은 움직임으로도 근무할 수 있는 기업을 원하신다. 기존 협력기업은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업무강도가 높다. 이번 수원상공회의소와 함께 나온 기업은 모두 일일이 설득한 회사”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수원시니어클럽 이종성 관장 [사진=요양뉴스]
수원시니어클럽 이종성 관장 [사진=요양뉴스]

구직자를 반기던 이종성 관장은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에 관해 설명했다. “파트타임 일자리로 노후를 100% 책임질 수는 없지만, 이런 행사는 계속돼야 한다. 노인 역할상실감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은퇴 후 노인은 역할상실감으로 우울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계속해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심어줘야 한다. 오늘 많은 어르신이 오셨는데,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다. 그들도 일을 잘할 수 있다. 요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노인은 단순히 띠만 매고 자리를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다. 컴퓨터 사무도 보시고, 사업에 대해서 설명도 직접 하신다. 100명 중 21명이 노인이 되는 사회에서 65세에 도달했다고 일할 기회를 박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