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남편이 사업을 접으면서 파산 신고를 하자 본격 생계 전선에 뛰어든 주부 김모(58)씨는 오는 8월 예정된 요양보호사 필기시험을 치르기 위해 원서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김씨가 필기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당장 자격증을 얻지는 못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장기요양시설에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자 ‘현장실습 80시간’을 하나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여파로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한 요양보호사 시험 준비생들의 자격증 획득이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생계가 걸려 있는 이들은 8월 시험을 앞두고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느냐. 간접 실습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선(先) 시험 후(後) 실습’ 외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어떻게든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단 시험부터 치고 마냥 기다리라고 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7월1일 기준 현장실습을 하지 못하고 8월의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치르는 교육생이 무려 9만4천688명이나 된다. 이런 추세가 이어 진다면 올해 말에는 약 15만 여명 교육생이 마냥 실습을 위해 대기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시험 준비생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37년 동안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올해 2월 일을 그만둔 김주웅(63)씨는 치매로 장기요양등급 4급을 받은 어머니(92)를 직접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시험을 준비했지만, 당분간은 월 15만원씩 내가며 남의 손에 어머니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영어, 수학 학원비를 벌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47·여)씨는 “시험만 보고 아무것도 못한다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 했다.”고 했다. 작년 말부터 공부를 시작한 이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학원 야간반 수업을 듣고 있다. 이씨는 “내 돈 40여만원을 내고 들은 수업인데,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알아볼 걸 그랬다”고 했다.

장기요양등급판정 어르신에게 시설/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는 추후 불어닥칠 ‘인력난’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현업에 종사중인 요양보호사 숫자는 45만 명에 달하고 있어 인력난이라는 말이 어불성설처럼 들리지만 국내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178만 명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업에 종사하는 숫자가 25%에 불과하며 이 숫자 또한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정상적인 요양보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인력충원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이병만 시설장은 “시설 입장에선 코로나 고위험군인 어르신들 건강을 생각해 당장 실습생을 받을 수 없지만, 요양보호사 공급 인력이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 걱정 된다”고 했다.

한국요양보호협회 이경규 상임이사는 “요양보호사 직업군이 처우가 낮으면서 근무환경도 열악해 일찍 그민두는 사람이 많은 만큼 매년 신규 인력이 꾸준히 유입돼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내년 시설에서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하루 빨리 한시적으로 현장실습 교육기관을 지정하여 간접실습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