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운동이나 영양공급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대화다. 타인과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는 노년층에 대해, 의학계는 '사회적 노쇠(老衰)' 판정을 내린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소화기내과 연구팀이 국내 65세 이상 408명의 건강상태를 관찰한 결과, 사회적 노쇠를 겪는 노년은 그렇지 않은 노년보다 장애 발생 위험이 2.5배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옷 갈아입기, 세수, 양치질 등 일상적인 일을 혼자서 해내지 못하는 상황을 장애로 정의했다. 우울감 발생 위험도 4배 높았다.

인천나은병원 오동주 원장은 "최근 미국에서는 노인정 같은 복지시설에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노인이 평소 가볍게 운동하는 노인보다 건강한 심혈관을 가진다는 논문도 발표됐다"며 "대화는 혈관 속 스트레스 물질을 줄이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고독감을 낮춰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말했다.

노년이 되면 고혈압·부정맥 등 혈관질환을 앓을 확률이 커진다. 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년층이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덴마크 코펜하겐 병원 최신 연구도 있다. 실제로 혈관질환뿐 아니라, 대화 부족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노년은 혈관질환 외에도 알츠하이머·심장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가 많다.

전문가들은 노년층 대화가 ▲인지기능 ▲신체기능 ▲정서기능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대화를 할 때는 듣기, 말하기, 생각하기의 세 과정이 함께 이뤄져 뇌에 다양한 자극을 준다"며 "치매 예방 지침 중 하나가 '많이 대화하기'일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낮선 환경에서 처음 본 사람과 대화하면 전두엽에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해 뇌 인지기능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대화는 혈관 속 스트레스 물질을 줄인다. 또한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는 몸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대화가 신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이유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노인정, 복지센터, 학원, 종교시설 등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노년층이 많은데,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늘어난다"며 "집안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서 안정은 대화가 유발하는 대표 순기능이다. 인간은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김광준 교수는 "노년층일수록 감정 표현이 서툴고, 사회생활에서 멀어지다보니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강해 정신건강에 취약하다"며 "친한 사람을 만들어 많이 대화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자나 자식과 대화하면 분노·우울감 감소에 좋다.

△ 청력이 저하된 노년층이 잡음이 많은 곳에서 대화하면 의사소통이 어렵다. 강동우 교수는 "상대방 말을 잘 듣지 못해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뇌도 제대로 자극받지 못하니,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청력에 문제가 있다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해 참는 노년층이 많다. 대화할 때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대화는 '핑퐁'처럼 오가야 뇌에 자극이 된다. 자신의 가치관만 고집하지 말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다. 김광준 교수는 "말하고 듣기가 5대5 비율로 이뤄져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1번은 누군가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게 좋다. 전화나 메시지보다 실제로 만나 오감(五感)을 활용해야 인지·신체기능 자극이 크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친구와 약속이 없는 날에도 산책 삼아 밖으로 나가라"며 "자주 가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거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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