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만 6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발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의료기관이나 음식점, 노인용품점, 안경점 등 부산시의 우대제도 정책에 동참하는 곳에서 5~50%의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그동안 운전면허 자진 반납은 신체 능력이 운전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해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 신청서를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 문제를 마주한 일본은 1998년부터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시행하면서 각종 제도적 혜택을 주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부산시가 도입하기 이전엔 자진 반납자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제가 없었다.

부산시는 시행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7일 ‘부산광역시 교통안전 진흥조례’를 개정해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이 조례는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우대 정책이 다른 자치단체와 정부 지원으로 확산되는 출발선이 됐다.

부산시는 고령인구 구성비가 내년에 전체의 18.8%로 예상되는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다. 고령 운전자 역시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운전자의 10.6%로 전국 평균보다 많다.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 건수는 2015년 전체의 9.5%에서 지난해엔 14.1%로 증가했다. 부산시는 “이 같은 도시 여건이 해당 제도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부산시민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부산시의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는 교통카드가 제공되기 시작한 7월 이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총 5280명이다. 2017년의 466명에 비해 무려 11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9월 말 기준으로 6863명이 자진 반납했다. 부산의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36명에서 지난해 21명으로 줄어 사망감소율 전국 1위로 집계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21만7148건 중 3만12건(13.8%)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였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3216만1081명) 중 고령 운전자(307만650명) 비율인 9.5%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야기한 사망사고도 전체 교통 사망사고의 22.3%에 이른다.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4년 207만8855명에서 지난해 307만650명으로 증가했고, 매년 10%가량 늘고 있다.

부산시를 시작으로 한 운전면허 자진 반납에 따른 인센티브제는 현재 서울시와 인천, 경기, 강원 등 전국 40여개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부분이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추가 우대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서,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65세 이상 희망 운전자에 한해 권장하던 교통안전교육을 75세 이상 운전자에게는 면허 취득 또는 갱신 전에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도로교통공단도 자치단체와 함께 반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국민참여예산 공모를 통한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인센티브 예산’을 확정하고, 내년에 13억9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센티브는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만 지급됐다. 또 자치단체의 우대정책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장 40일 걸리던 운전면허 반납 절차가 신청 당일 처리되도록 도로교통법 시행규칙도 개정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65세 이상 운전자는 4만3400여명으로 지난해 전체 1만1900여명의 3.6배를 넘어섰다.

한편, 대중교통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와 상대적으로 미흡한 농촌지역 주민 개개인의 ‘운전면허증’은 필요도에 있어 차이가 크다는 점도 정부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지원 대상 연령과 인센티브가 지역마다 제각각이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내년 첫 예산을 지원하기에 앞서 최소 기본적인 기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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