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요양병원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A씨는 2015년 집과 가까운 '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으로 아버지를 모셨다. 그로부터 4년후 부친은 심근경색으로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십여 일 후 아버지가 쓰시던 물건을 정리하러 갔을 때 요양병원 측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버지 유품을 이미 모두 버렸다고 했다.

정리하기 전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고, 상중에도 병원 원무과에 전화해 "유품을 가지러 갈 테니 챙겨달라"라고 당부까지 했던 A 씨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심정이었다.

자식들로부터 선물 받아 몇 년째 아껴 신으셨다던 브랜드 신발도 있었고, 손녀들 주실 거라며 손수 접으신 종이도 있었다고 한다. 4년 넘게 머물던 곳이라 안경, 면도기, 지갑, 모자 등 아버지가 쓰시던 물품이 꽤 많았는데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분실 경위를 묻자, 간병인도 간호사도 모른다고 하는 상황, 병원 관계자는 '시간을 달라'라며 A씨를 달랬다. 그로부터 며칠 뒤 유족의 집으로 간병인과 소속 업체 대표가 찾아 왔다.

간병인은 "자신이 버렸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문제는 병원 측의 대응이었다.

유족들에게 시간을 달라던 병원은 간병인이 다녀간 이후, 사과는 물론이고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A씨는 답답한 심정에 국민신문고를 두드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남겼다. A씨는 "우리는 요양병원이랑 계약한 것이지 간병인과 계약을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간병인 실수라며 나 몰라라 하는 병원의 대응에 너무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소유권은 경주시에 있지만, 운영은 외부 의료재단에 5년 마다 위탁하고 있고 현재 의료법인인 우석의료재단이 맡고 있는데, 간병인은 또 외주업체에 위탁해 파견을 받는다고 한다. 결국, 외주업체가 보낸 간병인의 잘못이니 병원은 책임이 없다는 식이었다.

요양병원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질 않았고, 답변을 기다렸으나 며칠째 회신을 주지 않았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경주시는 "민원을 받고 현장 점검을 나갔지만, 의료법 위반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시정명령을 내리진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사자 교육을 통해 물품이나 환자 관리에 철저하도록 하게끔 행정지도를 했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과 경주시가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아버지도 잃고 마지막 남은 유품마저 찾지 못한 상태다. 아들 A씨는 "49재에 유품을 태워야 하는데, 아버지 신으시던 양말 한 짝도 없다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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