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인은 생애 마지막 2년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보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따르면 국내 노인들이 요양시설(요양병원, 요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망한 노인(65세 이상) 중 요양시설 이용자 13만1802명은 1인당 평균 707일(약 1년 11개월)을 요양시설에서 보냈다. 이는 사망 전 10년 내 이용한 기간이다.

노인들의 요양시설 이용기간은 2017년 661일, 2016년 593일이었다. 2018년보다 각각 1개월, 3개월 이상 짧았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노인의 요양시설 이용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원일수가 늘어나면 진료비도 불어나 가족과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증가했다. 분석 대상자들이 생애 마지막 10년간 병상에 누워 와병 생활을 한 65세 이상 노인의요양시설에서 지출한 진료비 총액은 약 6조5966억 원. 2017년(5조6125억 원)보다 약 9840억 원(17%), 2016년(4조5411억 원)보다 약 2조555억 원(45%) 늘었다.

또 지난해 1인당 평균진료비는 약 5004만 원이었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 부담금은 약 4140만 원, 본인부담금은 약 864만 원이었다. 지역별로보면 제주가 요양병원 입원일수는 가장 적지만 요양원 입원일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1인당 평균일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광주가 808일로 제주에 이어 가장 많은 입원 일수를 보였다. 입원일수가 가장적은 지역은 충북(643일), 서울(646일)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서 오래 머물수록 ‘불행한 말년’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시설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요양병원에선 환자가 누워만 있는 경우가 많아 신체기능이 더 빨리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대다수 노인이 요양시설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걸 원치 않는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6명(57.6%)가량이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했다.

이른바 ‘행복한 말년’을 위해서는 요양시설 입원 대신 다양한 재가서비스 제공이 시급하다. 전 교수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방문재활 등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노인들이 시설로 향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현재 요양 위주의 재가서비스에서 벗어나 더욱 다채로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는 2026년부터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를 보편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나 돈이 필요할지 산출하지 못했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본인의 집이나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다양한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한 모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21년 종료되는 시범사업의 결과가 나와야 재정이 얼마나 소요되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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