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노인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사용할 때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같은 '감성대화'를 사용하는 비중이 일반인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9일 삼화빌딩에서 재단법인 행복한 에코폰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4월 1일부터 두 달간 독거노인 1천150명이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한 결과 감성대화 사용 비중이 13.5%로 일반인(4.1%)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감성 대화'의 비중이 높은 것은 독거노인이 '누구'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AI스피커가 외로움을 달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독거노인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가 63.6%로 가장 높았고,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이었다.

또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독거노인이 AI 스피커를 평균 58.3회 사용해 스마트폰·인터넷을 보유한 독거노인(30.5회)보다 2배 정도 많이 이용했다. 이는 AI 스피커가 스마트폰·인터넷이 없는 독거노인의 정보·오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 말로 하는 음성 사용자환경(UI)을 선호하는 것도 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데이터 분석 대상 노인의 평균 연령이 75세이고, 최고령 노인이 99세여서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도 AI 스피커에 적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독거노인 3명은 AI 스피커의 긴급 SOS 호출기능으로 119·응급실과 연결돼 위험한 순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AI 스피커는 독거노인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위급상황으로 인지해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ICT케어센터는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한다.

'누구'를 사용한 독거노인들은 "가족이 없어 연락할 곳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 "과거 다른 서비스로 실제 응급 신고를 했을 때의 경험과 비교할 때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보라매병원과 함께 노인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행복한 에 코폰 나양원 대표이사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편리함을 제공하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어르신의 AI 돌봄서비스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가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에 기반해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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