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사는 B(44)씨는 지난해 200여 병상을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로 운영하는 한 종합병원에 1주일 입원하면서 보호자가 옆에 없어도 간호사가 세심하게 돌봐주는 통합병동의 장점을 체험했다. B씨는 올해 수술을 받기 위해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하면서 해당 병원 역시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 기대했으나, 알고 보니 이 병원의 통합병동은 전체 병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이용할 수 없었다. 간호사는 “수술하면 보호자가 오셔야 한다”고 당연한 듯이 말했다. 수술 후 이틀 동안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던 B씨의 수발은 휴가를 낸 배우자의 몫이었다.

‘간병비 파산’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소책을 내놓은 건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정책의 핵심과제로 의료비 부담의 큰 몫을 차지하는 이른바 3대(大) 비급여 부문, 즉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의 급여화를 제시했다.

이중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2013년부터 간병인을 두지 않는 ‘보호자 없는 병원’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로 병원 내 감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상주 보호자를 통한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없애고 입원 환자의 간병비 부담도 줄이기 위한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가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호자나 간병인을 쓸 필요가 없고 2만원 안팎의 본인부담금으로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까지 도와주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본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의뢰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통합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만족도는 5점 척도에서 각각 3.5점과 4.2점으로 큰 차이가 났다.

현 정부 들어서도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통합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2022년까지 10만병상의 통합병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확대하기를 원하는 보건당국의 바람과 달리 의료현장에서는 간호 인력 부족과 시설 미비 등으로 병상 수를 늘리기 힘들어 확산 속도가 더딘 형편이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4월 현재 간호ㆍ간병 통합병상 수는 4만1,000여개로, 참여 요건이 되는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의 총 25만 병상 중 16% 정도다.

병원들은 간호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병상 확대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통합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과도하고 간호사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일부 환자들에 의한 ‘감정 노동’ 스트레스도 일반병동에 비해 심각해 이직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간호사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경기 남부의 한 종합병원 수간호사 C씨는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투입할 간호사가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 경력 2,3년차 간호사 3명이 한꺼번에 사직을 하는 바람에 신규 환자 입실을 최대한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C씨는 “대학병원보다 급여나 복지혜택이 적고, 일반병동보다 통합병동의 일이 많아 간호사들이 2~3년 정도 이 병동에서 근무하면 일이 힘들다고 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상황이 나은 수도권인 경기도도 이런데 지방 종합병원들은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간호사가 없어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병비 부담을 덜어보려는 환자 입장에서는 통합병상 수가 적은 것도 답답하지만 경증 환자 위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있다. 간호인력이 혼자 맡아야 할 환자 수가 여러 명이다 보니 전체 병상의 일부만 통합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 병원에서는 혼자 거동이 가능하고 간병 필요성이 덜한 경증환자 위주로 간병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수간호사 D씨는 “스스로 식사나 거동이 가능한 환자가 병동 환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의식이 없고 대소변을 볼 수 없는 환자들이 많으면 간호사들이 이런 환자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전체 환자를 돌볼 수 없고, 다른 환자들의 불만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간호사 1명당 8명의 환자를 봐야 하는데, 중증환자가 많을 경우 도저히 이 비율을 맞출 수가 없다.

사지마비 환자 등 중증 환자가 많은 재활병동의 경우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은 더욱 어렵다. 일부 도입한 곳도 있지만 간호사들은 업무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고 호소한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욕창 예방을 위해 자주 살펴야 하고 재활치료를 받을 때마다 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는 등 재활병동의 간호사 업무는 원래 많은데, 통합병동으로 전환한 후 업무강도가 너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병동의 경우 환자 부담금은 두더라도 일반병동보다 다른 별도의 수가를 책정하는 등 특성에 맞는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간병이 필요한 중증환자부터 우선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차차 경증환자에게 넓혀가야 하는데 제도 도입 당시 재정 부담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다니던 병원에서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경추를 다친 오빠가 중증장애로 재활을 하던 병원이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병실로 리모델링을 하고 나서 중증환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내쫓겼다”고 호소했다.

강형윤 건강보험공단 보장사업실 부장은 이와 관련, “전체 병상의 일부만 통합병동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통합병상 수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면서 “전체 병상 중 통합병상의 비율이 늘어나면, 지금도 전체를 통합병동으로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나 인하대 병원의 사례처럼 모든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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