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외로움이 더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이 외로움을 치유하기 위한 조례가 전국 최초로 부산에서 제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박민성 부산시 의원(동래구 1)이 대표 발의한 ‘부산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을 위한 조례’다. 지난달 19일 발의된 이 조례는 3일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의결·시행될 예정이다.

이 조례는 부산시민이 사회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이로 인해 받는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건전한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다. 외로움 치유와 행복 증진을 위한 부산시의 계획 수립·시행, 외로움 원인과 사회병리 현상 등에 관한 실태조사, 외로움 정도 측정을 위한 지표개발,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을 위한 치유센터 설치·운영,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위원회 설치·구성·운영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박민성 의원은 ”외로움은 물리적으로 단절되거나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관계 속에서 느끼는 고독한 감정 또는 이로 인한 고통”이라며 “외로움을 치유해 사전에 고독사·자살 같은 사회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외로움 치유사업이 진행돼 사회에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는 사람이 다시 삶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례는 외로움이 더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선택이 아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시민에게 초점을 맞춰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 들지 않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사업·교육을 하자는 뜻이다. 많은 자치단체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는 제정·시행 중이지만, 외로움 치유 조례를 제정·시행하는 자치단체는 없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무차관급 인사가 이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국에는 고독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900만명이 있고, 이들이 겪는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데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부산에서 이 조례가 제정되는 것은 고령화와 고독사 등이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부산은 1990년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이 3.35%(7대 도시 평균 4.98%)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은 17.4%로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는 6위다.

또 지난해 말 기준 부산 전체 148만468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35.9%인 53만2693 가구에 이른다. 이는 전국 최고수준이다. 중·동구 등 원도심 일부 동(洞)의 1인 가구 비율은 60%를 넘기도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노인 인구(16만552명) 중 홀로 사는 독거노인 비율도 27.2%로 전국 평균(25.4%)보다 높다. 부산의 고령화와 1인 가구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높은 고령화율과 1인 가구, 노인가구 비율은 고독사·자살 같은 사회 문제를 유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산시는 2017년 40명, 2018년 28명에 이어 올해 들어 4월까지 15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사망 후 3일(72시간)이 지난 뒤 발견된 1인 가구 사망자를 기준으로 했다. 고독사는 법정 용어가 아니어서 지역·연도별 정확한 통계가 없어 다른 시·도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부산은 고령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타 시·도보다 고독사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은 또 2016년 기준 자살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23.1명으로 7대 특·광역시 중 2위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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