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노인 60여명이 한 사찰에서 지은 주거시설(실버타운)에 전 재산을 털어 입주했는데 사찰 측 자금난으로 시설 일부가 채권자에 넘어가고 창건주격인 스님마저 입적한 후 시설 관리 부실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노인주거시설 입주자모임(대표 박채석)은 25일 "우리는 대부분 여생을 시설에서 마칠 것으로 생각하고 1987년부터 1인당 3천만원에서 8천만원까지 내고 입주했다"며 "사망 때 사찰에서 지은 납골당(봉안당)에 모셔준다는 약속까지 했는데 이 역시 어렵게 됐다"고 정상화 대책을 요구했다.

주거시설과 납골당 창건주인 스님이 2013년 사찰 요사채 화재로 갑자기 입적한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한 달간 배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적도 있었고 한겨울에 보일러 고장으로 거주자들이 단체로 동사할 뻔한 상황에서 몇 분이 그 충격으로 돌아가시기도 했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현재 거주하는 건물 벽에는 곰팡이가 피고 군데군데 물이 새 방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을 할 정도로 개·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거주자들이 75∼95세로 고령인 데다 환자도 여럿 있지만, 간호사도 없어 대부분 힘겹게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사찰 측에 따르면 창건주 스님이 노인주거시설 2채와 납골당 등을 지으면서 자금난을 겪다 거액을 차입했고 상환 요구에 시달리다 지분을 채권자 측에 양도했다.

이 때문에 납골당과 주거시설 1채 소유권이 채권자에 넘어가 현재에 이르고 있고 다른 주거시설 1채와 사찰, 부속건물 등은 사찰 측 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찰 측이 사실상 노인요양시설인 주거시설을 지으면서 용도를 사찰 자체 종교시설로 준공처리를 하는 바람에 노인 6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도 미신고 복지시설로 분류돼 있다.

규정에 따라 '노유자시설'로 변경하고 신고를 하려면 소방시설이나 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 사각지대'로 남았다.

더욱이 현재 사찰 측은 새 소유 법인을 상대로 납골당 등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법인 측은 법인대로 양산시를 상대로 '납골당 설치 허가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등 복잡하게 얽혀 있다.

법인 측은 "노인 거주시설이 정상적인 요양시설로 허가되지 않아 그동안 방치됐고, 납골당을 포함해 그동안 전기세 등 관리비를 낼 사람이 없이 법인으로서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시 상대 소송에서 이기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납골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산시로선 노인들이나 사찰 측에서 요구하는 시설 관리인 변경 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노인들은 관리인이 창건 당시 스님으로 돼 있어 시설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 사찰 주지로 관리인을 교체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미신고시설에 대해 관리인을 지정할 수도 없고, 엄연히 소유자가 따로 있는데 별도 관리인을 둘 수도 없다는 것이 시 입장이다.

현 거주자 60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10명은 시에서 다른 요양시설로 옮길 수 있지만, 나머지 노인들은 자부담으로 이전해야 해 사실상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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