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으로 바뀌는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춘곤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충분히 휴식했는데도 피곤한 증상이 계속되거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만성피로나 질병의 전초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점검이 필요하다.

점심시간 이후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시기다. 주간 졸림증, 이른바 ‘춘곤증’ 때문이다. 춘곤증은 일시적인 환경 부적응증으로 계절성 피로증후군의 일종이다. 밤의 길이가 점차 짧아지고 낮 시간이 길어지면서 휴식과 수면 시간이 변화하는데 우리 몸이 적응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졸림 현상으로 알 수 있는 피곤함은 우리 몸에 주는 신호인 만큼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지금 몸이 힘드니 조금 쉬고, 신체나 정신의 질병이 시작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피곤함이 휴식 이후에도 계속되거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심각한 질병의 증상일 수 있으니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9일 “특히 이른 봄에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에너지를 섭취하고 계절에 적응하면 피곤함은 차츰 사라진다”고 조언했다.

춘곤증은 추운 겨울에서 갑자기 따뜻해지는 봄철 1~2주 정도 나타난다. 밤이 짧아지고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근육이 이완돼 나른한 느낌을 갖게 된다. 또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 불균형이 원인일 수도 있다.

특히 춘곤증은 겨울 동안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이나 피로가 쌓인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난다. 봄이 돼 점점 길어지는 낮 시간과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밤 시간 때문에 활동량은 많아지고 휴식과 수면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데 신체가 피곤하다보니 이러한 환경 변화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춘곤증은 적절히 대처해 나가면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며 △충분한 영양분, 특히 신선한 과일과 봄나물 섭취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 선택과 규칙적인 운동량 확대 △규칙적인 세끼 식사 △업무량 균등 분배를 통한 일정한 리듬 유지 △7~8시간의 일정한 야간 수면 등을 제시했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이 하는 질문은 자신이 ‘만성 피로 증후군’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봄이 되며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신의 생활양식을 정비해 보고 최근 심해진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면 무엇보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이런 경우 하루의 충분한 휴식만으로 피로가 없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잠을 늘리고 휴식을 즐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과 함께 휴식이나 수면에도 규칙성을 둬야 한다. 특히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운동이 가장 좋다. 피로한 상태에서 운동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약간의 운동이 몸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10분에서 30분 사이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빨리 걷는 운동을 하루에 2∼3번 시행하는 정도만으로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노폐물을 연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업무가 너무 과중할 때는 일의 중요도를 잘 평가해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아예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중요한 일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버릇을 들이는 방법도 추천된다.

평상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도 좋지만, 한방 지압법을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만성피로에 견정(肩井)혈과 태양(太陽)혈 지압을 추천했다. 견정혈은 목 뒷부위, 일곱째 목뼈 가시돌기와 어깨뼈봉우리 쪽 끝을 연결하는 선의 중점이다. 보통 목과 어깨의 중간지점이다. 태양혈은 양측 관자놀이 부위다. 손가락 끝으로 지그시 눌러주거나 원을 그리며 마사지해주면 좋다.

운동과 휴식 이후에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간 건강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만성피로 환자의 약 20%는 간 기능 이상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만성피로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피로물질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만성피로가 나타난다.

정진용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 과장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로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간 건강 이상을 확인해보는 게 좋다”며 “무엇보다 간은 특별한 증상 없이 서서히 기능이 저하되면서 손상되는 특징이 있고, 한번 손상이 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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