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들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치매보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험사가 치매보험으로 받은 보험료는 5조5873억원이었지만, 보험금으로 나간 돈은 593억원으로 1%대에 그쳤다.

치매환자 중 중증치매 비율이 2.1%에 불과했지만, 보험약관이 중증치매를 보험금 지급조건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2016년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약관에 적힌 중증치매 기준을 설명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시켰다”며 “불완전판매 관행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에도 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국정감사 때마다 도마에 올라 “치매 걸린 치매보험”이라는 소리마저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 보험사가 보장범위를 경증치매로 넓히고, 치매와 관련 없는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치매보험을 출시했다. 경증치매는 임상치매척도(CDR) 1점에 해당하는 가벼운 치매로 새 기억을 잊거나 가벼운 기억상실을 보이는 수준이다. 상품은 대박이 났고, 대형 보험사들도 뛰어들었다.

경증 치매보험은 시장이 초기라 손익예측 데이터가 없는데도 일단 상품부터 판매한 것이다. 이런 경쟁 뒤에는 보험사가 보장성상품 판매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배경이 있다.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 저축성보험의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료의 대부분을 보험금으로 주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위험률 관리와 사업비 절감으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보장성보험을 늘려야 한다.

그 결과 출시 두 달여 만에 수십만건이 팔렸다. 경증치매 진단만 받으면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타는 데다 타사 가입현황이 가입한도에 포함되지 않아 중복 가입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이 점검에 들어갔고, 약관에 오류가 발견됐다. 보험사는 통상 경증 치매보험을 팔 때 보험금 지급기준으로 CDR 1점만 받으면 된다고 소개했다.

반면 ‘보험금 지급사유’를 명시한 약관을 보면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뇌영상검사 시 이상소견이 나와야 한다. 치매유형마다 차이는 있지만 경증치매는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약관 개정에 착수, 지난 28일에는 ‘치매보험 가입 주의보’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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