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조정진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와 사망률 간의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일반 성인과 달리 65세 이상 노인은 비교적 뚱뚱해야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비만이 수면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 한국인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BMI는 비만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우리나라에서는 BMI 18.5~22.9를 정상으로, 25 이상은 비만으로 판단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코호트 자료를 통해 65세 이상 17만639명을 5년간 추적 관찰했다. 국내 기준으로 비만 전 단계(과체중)에 속하는 BMI 22.5~24.9의 사망 위험을 1로 잡고 BMI에 따른 상대적인 사망 위험(1보다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큰 것)을 분석했다. 조정진 교수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혈당·혈압·음주·흡연 등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들을 보정한 뒤 BMI와의 연관성만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노인을 대상으로 BMI와 사망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기준보다 BMI가 낮으면 사망 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높으면 사망 위험이 줄었다. 비만에 해당하는 BMI 25~27.4의 사망 위험은 남성 0.86, 여성 0.84로 모두 기준(사망 위험 1) 이하였다. 이보다 비만도가 높은 BMI 27.5~29.9의 사망 위험도 남성 0.79, 여성 0.89로 역시 기준보다 낮았다. BMI 30 이상인 경우도 비만이 사망 위험 증가와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BMI 22.5 이하일 때는 수치가 낮을수록 사망 위험이 컸다. 국내 비만학회 기준으로 저체중에 해당하는 BMI 16.0~17.5는 사망 위험이 남성 2.87, 여성 2.94로 기준의 세 배에 가까웠다. 상대적으로 정상에 가까운 BMI 17.5~19.9도 사망 위험이 기준의 약 두 배(남성 1.84, 여성 1.94)였다. 이런 추이는 암,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서 공통으로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비만한 고령층의 사망 위험이 낮은 건 병에 걸렸더라도 치료를 버텨낼 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노인은 BMI 27 정도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게 측정된다”며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BMI 30을 비만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이 못지않게 노인도 비만을 경계하는데 이때 기준을 BMI 25로 잡고 무리한 식이 제한을 시도하기도 한다”며 “오히려 BMI가 낮을수록 근감소증 등으로 몸이 허약해져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종률 교수 역시 “이번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은 과체중이나 비만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망률을 고려할 때 노년기 적정 체중은 남성 BMI 30 이하, 여성 27.5 이하”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국제노년학노인의학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