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센터장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30일 ‘2016 치매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6년 6월부터 1년에 걸쳐 60세 이상 노인 5056명을 대면 조사했다. 2008,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조사다. 센터는 올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노인 중 치매 환자의 비율)을 10.2%로 추정했다. 노인 100명 중 10.2명이 치매 환자라는 뜻이다. 환자 수로는 75만 명이며 남성 27만5000명, 여성 47만5000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1.7배에 이른다.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10%를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는 9.95%였다.

이번 조사에서 80~84세 노인의 20.1%, 85세 이상은 37.5%가 치매를 앓았다. 김기웅 센터장은 “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뜻으로 이번 조사에서 치매 환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인 넷 중 한 명은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 3년 정도 치매를 앓다 숨진다”고 말했다. 결혼한 청장년의 양가 부모 중 한 명이 치매를 앓기 때문에 자식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중앙치매센터는 2024년 치매 환자가 100만 명, 2039년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만 명을 넘는 시점은 4년 전 조사 때보다 2년 당겨졌다.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60세 이상의 20.2%(환자 수 220만 명, 남성 100만 명/여성 120만 명)다. 65세 이상 노인은 22.6%(환자 수 166만 명, 남성 57만 명/여성 109만 명)에 달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지만 나이와 교육 수준에 맞는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정도를 말한다.
 
치매 유형도 선진국처럼 알츠하이머가 늘었다. 올해 치매 환자 중 알츠하이머 치매가 74.4%, 혈관성 치매가 8.7%를 차지한다. 4년 사이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3.1%포인트 증가하고, 혈관성 치매는 8.2%포인트 줄었다. 알츠하이머는 새로운 내용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는 입력 장애, 즉 기억 장애가 첫 증상이며 조금 전의 일을 더 기억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을 앓은 후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난다.


이번 조사에서 65~69세 치매 유병률은 1.4%로 2008년(3.6%)에 비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80~84세는 2008년 17.8%에서 올해 20.1%로, 85세 이상은 30.5%에서 37.5%로 증가했다. 김기웅 센터장은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20년 전 추정치보다 실제 치매 인구가 주는데, 한국은 60대만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치매 위험 인자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발병 위험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75~79세는 60~64에 비해 치매 위험이 5.8배, 80~84세는 17.5배, 85세 이상은 35.2배 높았다. 여성이 남성의 1.9배에 달한다. 빈곤한 노인이 4.7배 높다. 사별하면 2.7배 위험하다. 이보다 이혼·별거·미혼이면 4.1배 높다.
 
김기웅 센터장은 “전국 256개 기초자치단체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치매 예방 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치매를 일정 기간 앓다 보면 문제 행동을 하는 쪽으로 악화되기 마련인데, 이런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치매전담시설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 환자가 낮에 인지 강화 활동을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주간보호센터가 턱없이 부족한데, 이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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