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도입 30여년 만에 가입자 2천백만명을 훌쩍 넘어 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개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기금의 고갈에 따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소득대체율 조정, 현재와 미래세대간 갈등 구조 등 한가지도 쉽지 않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수급개시연령과 의무가입연령의 상향 조정 등을 비롯해 국가지급보장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1988년 1차 제도개혁에 따라 수급연령이 2033년에는 65세로 상향된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의무가입연령을 선진국과 같이 수급연령과 동일하게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안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무가입연령을 높이면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고용지표에서 나타나는 우리나라 고용동향의 현실이 개편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무가입연령과 수급연령을 상향조정해도 될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5천명 증가하는데 그쳤고, 실업자수는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면서 1997년말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됐다.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지난달 30,4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23만여명이 감소했는데, 30대 취업자는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40대 취업자는 IMF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 이후 최악이다.

다시 말해, 3,40대의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해 최악인 현실을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대책도 전무하고, 60세 정년을 꽉 채우고 퇴직하는 사례가 드문 현실에서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을 65세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40대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60세 전후가 되면 노후 생활비 마련에도 빠듯할 것이 뻔한 일인데, 매달 일정액을 납부해야 하는 연금보험료를 어디에서 마련해 65세까지 납부하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퇴직연령은 만 60세보다 더 빨라지는 추세인데 국민연금의 수급시기가 상향조정된다면 60세를 전후한 퇴직을 가정한다해도 국민연금 수령시기까지의 개인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5년여 이상의 연금공백기간에 노후생활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베이붐세대’ 모두에게 해당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용지표가 최악인 지난 7월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60대 취업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3,40대 취업은 줄고 60대 취업자수가 25만여명이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전반적인 일자리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하고 있다. 60대 고령층이 그나마 은퇴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농,어업에 몰리면서 60대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참사라고 불릴 정도의 일자리 최악의 상황에서 국민연금개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대책,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 허망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의무가입 연령이 65세까지 늘어날 경우 그때까지 안정적인 일에 종사하면서 연금보험료를 매월 납부하고 정해진 수급개시 시기가 돼서 연금을 수령하면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몇 명이나 될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국민연금 가입자의 동의와 설명도 없이 고무줄처럼 의무가입시기와 수급개시연령을 늘려서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든 책임을 의무가입자인 국민에게 떠넘기는 조치에 불과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