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의 실업과 만혼화로 인한 성인기 지체로 가족내 성인자녀 부양이 주요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성인자녀 부양의 장기화는 부모의 노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가족 갈등으로 인한 만성적 가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건강한 가족 유지를 위하여 균형 있는 성인자녀 부양체계 마련에 대한 정책적 모색이 요구된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가족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인기 자녀의 노동을 통한 경제적 독립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예로서 5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중인 김모(32)씨는 60대부모, 80대 할머니와 함께 산다. 시험에 붙으면 독립하려 했지만 계속 떨어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취준생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부모와의 갈등이 잦아진다. 아버지가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할 때마다 말다툼이 벌어진다.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다. 김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지만 취직이 안 되는데다 집 나가면 돈 들어갈 일이 한두 가지 아니어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에다 만혼(晩婚)이 심화되면서 김씨 처럼 다 큰 자녀를 부모가 계속 부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자녀를 둔 40~60대 중장년층 부모들은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김유경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이러한 내용의 ‘성인 자녀 부양 특성과 정책과제’보고서를 ‘보건복지포럼’최신호에 공개하였다. 연구팀이 2015년 25세 이상 자녀를 둔 40~60대 기혼자 262명에게 물었더니 졸업하거나 취업한 자녀, 심지어 결혼한 자녀를 계속 지원한다는 응답자가 39%(102명)에 달했다. 가구당 부양자녀는 평균 1.3명, 기간은 4년1개월이다. 미혼자녀가 86.9%였지만 기혼도 13.1%에 달했다. 기혼 자녀 중 맞벌이가 10명중 7명(70.1%)꼴이다. 이들은 일과 양육의 병행이 어려워 부모와 합가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녀를 책임지는 시기도 점차 늦어진다. 보사연에 따르면 ‘자녀가 취업 할때까지 책임 지겠다’는 응답자는 2003년 11.5%에서 2009년 12.2%, 2015년 17.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 실업률과 미혼율도 부모 부양 부담을 부추긴다. 청년층의 미혼 인구비율은 2000년 82.1% 였지만, 2015년엔 94.1%로 올랐다.
보사연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25세 이상 자녀부양에 쓴 돈은 월 평균 73만8000원 정도이다. 특히 60대 부모의 짐이 더 크다. 50대는 73만3000원, 60대는 75만4000원을 썼다. 50대는 전체 가계소득의 25.5%를 자녀부양에 쓴다. 60대는 33%다. 보사연 조사에서 부모는 부양비용(39.2%)이 가장 크게 부담된다고 답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장년층 이상 부모세대는 부모·자녀 이중 부양 부담으로 가족 갈등과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60대는 자녀부양에 쓴 비용이 많고 평균 부양 기간이 더 길어 경제적 부담이 클 것으로 짐작 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를 통해 구직 포기 청년들을 사회로 끌어내고 정부와 기업의 협조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