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7일 50대 남성이 전북 군산의 한 주점에서 불을 질러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치는 어이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10만원의 술값 때문이었다. 지난 1월에는 다른 50대 남성이 성매매 관계로 홧김에 여관에 불을 질러 여행 중이던 세 모녀를 포함해 6명이 숨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모든 사례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분노 조절 장애’이다. 분노 조절 장애는 의료인들이 사용하는 진단명은 아니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난해 관련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습관과 충동 장애(5986명), 자극 과민성과 분노(3699명), 신경질(1027명) 등을 포함해 1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그나마 병원에서 전문가의 진단과 도움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욱’하는 마음에 저지르는 우발적 폭력 범죄만 한 해 15만건(2015년 기준)이었다. 

분노를 다스릴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선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야 폭발적인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분노 신호’이다. 화를 내는 사람들은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많이 한다. 또 배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고 목소리가 떨리게 된다. 


이런 분노 신호가 생길 때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김 교수는 “분노가 느껴지는 상황을 잠시 피하거나 머릿속으로 숫자 10까지 세는 ‘타임 아웃’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분노 폭발은 자극 뒤 30초 안에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전에 빠르게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그는 “평소에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화를 다른 에너지로 소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화병(火病) 전문가인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3초, 15초, 15분을 기억하라’고 권한다. 김 교수는 “분노가 일어나고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5초이고 짜증이 증폭될지, 가라앉을지 결정되는 시간은 3초”라고 설명했다. 

결국 3초에 도달하기 전 문제를 깨닫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회피하면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5분이 지나면 분노 호르몬과 같은 신체 반응도 완전히 사라져 분노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짧은 시간에 마음을 다잡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보고 왜 화를 내는지 모른다면 일단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중할 필요가 없으니 다른 일을 찾아보는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두 전문가 모두 자신의 상황을 파악해 회피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치료는 주로 충동 조절을 위한 약물 복용과 감정 조절 훈련으로 진행한다. 우울증을 비롯해 다른 정신질환이 함께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약물 치료는 기본이다. 김선미 교수는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항불안제와 같은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와 관련한 상담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분노 조절이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해결 가능한 것과 포기할 부분을 구분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과정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 상황이 내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왜곡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찾아 교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적인 부분 외에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도 있다. 갑작스럽고 과격한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 중에 빈곤, 실직 등으로 주류 사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사회에서 밀려 나가는 느낌이 들면 끝자락을 붙들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극단적으로 방화와 같은 강력 범죄로 표출되기도 한다. 

김종우 교수는 “주류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소외감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어떤 사건이 계기가 돼 갑작스러운 분노의 형태로 나타난다”며 “한 사람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지 말고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공동체 네크워크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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