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 자녀가 많고 결혼하지 않는 성인이 보편화된 2018년 한국사회에서 장례는 많은 가정의 걱정거리이다. 노년을 향해 가는 수많은 부모의 마지막을 책임져야할 막중한 임무가 한자녀의 어깨위에 오롯이 얹혀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생사학(生死學)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이젠 더 이상 장례를 자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혼자 남을 자녀를 배려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더 뜻깊게 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장례(葬禮)희망’을 적는 것이다. 장례 희망서란 장례과정의 세부 내용을 미리 자신이 결정해 놓는 일이다. 어디서 며칠 장으로 장례를 치를지, 부고는 어디까지 돌릴지, 빈소는 어떻게 꾸미고 영정사진은 무엇으로 할지, 매장을 할지, 화장을 할지, 수목장으로 할지, 장지는 어디로 할지 등을 사전에 정해 놓으면 자녀의 힘을 크게 덜 수 있다.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서동환 소장은 “장례는 후회가 안 남게 치르는 것이 중요한데 제일 좋은건 고인이 정리를 해 주고 가는 것”이라며 “고인이 장례계획을 세워 주면 상조서비스 같은걸 들지 않아도 유족의 혼란이 훨씬 줄고, 불필요한 호화장례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장례문화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한 장례지도사는 “12년간 장례 일을 하면서 장례 희망서를 가져오는 경우는 1%도 보지 못한것 같다” 며“자녀들이 부모님 뜻을 모르다 보니 꽃장식 하나를 두고도 ‘싼 걸 하네, 비싼 걸 하네’ 언쟁을 하다가 급기야 유족끼리 싸움이 나기도 한다. 고령화로 고인이 급증 할텐데 앞으로 더더욱 장례희망을 써 두는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인이 언젠가 닥칠 장례를 대비해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수의’다. 특히 높이 치는 건 국산 삼베 수의로 종류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까지 호가한다. 하지만 삼베 수의는 우리나라 전통이 아니라는 설이 많다. ‘일제의 잔재’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우리나라는 평소 입던 옷 중 가장 뜻깊고 멋진 옷을 수의로 입었다.

여성들의 수의는 혼례복, 남성들은 관복인 식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장례법은 구태의연하고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가장 저렴한 삼베옷을 고인에게 수의로 입히도록 했다. 한국장례를 격하하려한 일제의 정책이 마치 우리의 전통 인것 처럼 왜곡된 것이다. 장례지도사 고세환 씨는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는게 우리 전통이기도하고 화장률이 90%가 넘는 지금의 세태와도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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